미 전문가 "北이 러에 무기 주면, 한국도 우크라에 무기 줄 수 있어야"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앞두고 북러 밀착
북한 주재 러 대사관에 인력 20명 늘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할 경우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나왔다.
7일(현지시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소장은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를 사면 우크라이나도 한국으로부터 천궁 미사일 등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자제해왔다.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공급은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도 명분을 준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런 발언은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할 탄약 등을 확보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중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이란 전망이다.
빅터 차 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대담에서 북러 정상회담의 배경과 관련 "(김 위원장이) 4년 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굴욕'을 만회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빈속'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 석좌는 또 "푸틴 입장에선 자신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회담의 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당신(바이든)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에서 하고 있는 일이 유럽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아시아에서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전략적 측면에서의 영향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러시아가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최신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북한의 핵 위협도 커질 수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의 대응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7일 "우리는 러시아와 함께 공동의 적과 싸우며 전우애와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신 대사는 이날 모스크바 주러 북한 대사관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9월 9일) 기념 행사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연대를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호적인 이웃이자 우정과 협력에 대한 역사와 전통이 깊은 북러 관계를 새 시대 요구, 양국 인민의 공동 염원과 이익에 따라 계속 강화하고 발전시킬 것을 확신한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코로나19 사태 처음으로 외교 인력이 충원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8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9월 7일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서 북한에 들어온 외교관과 기술 직원 20명을 맞이했다"며 "이번 인력 충원이 2019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와 전현직 직원들이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김정은의 방러 준비에 관여하고 있을 것"이란 견해를 내놨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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