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무빙’의 글로벌 흥행전략은

데스크 2023. 9. 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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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

최근 극장가 흥행 열기는 식고 있지만 OTT 플랫폼에서는 화제가 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디즈니 플러스가 야심 차게 공개한 총 20부작, 제작비 650억 원의 대작 ‘무빙’은 회를 거듭할수록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부모들의 초능력이 자녀에게도 이어진다는 ‘무빙’은 고등학교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는 날, 봉석(이정하 분)이 다니는 정원고로 희수(고윤전 분)가 전학을 오면서 시작한다. 초능력을 감추기 위해 친구도 없이 지내던 봉석과 희수는 서로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며 빠르게 가까워진다. 한편 정체불명의 택배기사 프랭크(류승범 분)가 나타나면서 서울 시내에서 초능력자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20년 동안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던 초능력자들인 봉석의 엄마 미현(한효주 분)과 희수의 아빠 주원(류승룡 분)은 자식들에게 위협이 다가옴을 눈치챈다.

로맨스가 가미된 한국식 히어로물이 신선하다. 그동안 할리우드의 히어로물를 모방하는 국내 작품들은 많았다. 그리고 한국 정서에 맞지 않아 실패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무빙’은 다르다. 전통적인 히어로물과 같이 판타지적인 요소와 액션이 주를 이루지만 로맨스를 포함한 드라마적 요소가 가미됐다. 초능력을 감추고 살아가는 고교생 봉석과 희수의 순수하고 깨끗한 로맨스는 파스텔톤 수채화를 보는 듯하고, 두식과 미현의 로맨스는 유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 그리고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 ‘무빙’은 사연이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재미를 제공한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부성애와 모성애는 물론 남과 북으로 나뉜 분단된 국가인 한국만의 독특한 소재로 극의 긴장감도 전달한다.

소시민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히어로라고 하면 우리는 의례 특별한 사람을 떠올린다. 하지만 ‘무빙’에서는 히어로를 특별하게 대하지 않는다. 초능력을 지녔지만 치킨집 사장, 돈가스집 주인으로 설정된 것도 히어로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또한 “초능력, 그게 뭔데? 사람의 진짜 능력은 공감 능력이야. 다른 사람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그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야.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무슨 영웅이야.”라고 말하는 미현의 말처럼 ‘무빙’은 헐리우드 히어로물과 달리 소소한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다채롭게 진행되는 한국형 히어로물에 전 세계 관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물들의 서사를 강조해 집중도를 유지한다. 웹툰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과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인터넷이 발달한 국내에서는 큰 규모의 독자층을 유지하며 하나의 새로운 문화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런 웹툰은 오랜 호흡 과정에서 차곡차곡 인물의 서사와 캐릭터를 쌓아가며 재미를 준다. 드라마 ‘무빙’의 원작은 1세대 웹툰 작가로 불리는 강풀의 작품이다. 강 작가는 드라마 각본 작업에 직접 참여해 웹툰 원작과는 달리 프랭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또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인물의 서사를 충분히 풀어내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강풀 작가가 넷플릭스가 아닌 디즈니를 선택한 것도 1. 5배속 플레이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글로벌화는 최근 들어 크게 진전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OTT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국제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제화에 도전하는 드라마와 영화의 흥행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영화 ‘무빙’은 한국적 특성을 가미해 할리우드 영화와 차별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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