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 저버려" 與 수산물 시식·태영호 항의로 아수라장된 단식장
野 "단식 고통 받는 사람에게…인륜 아냐"
과거엔 청와대·여당 지도부가 단식 중단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투쟁 중인 국회 본청 앞 천막이 아수라장이 됐다. 태영호 의원이 자신을 비난한 의원 제명을 강하게 요구하며 찾아온 데 이어 국민의힘이 8일 국회 소통관 앞에서 수산물 시식 행사를 열기로 하면서다.
이 대표가 단식 8일째에 접어드는 7일 단식장을 찾은 태 의원은 이 대표에게 "민주당 의원들이 제게 '북한에서 온 쓰레기' 같은 막말을 했다"며 "대표께서 책임지고 출당시키고,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태 의원이 문제 삼은 발언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나왔다. 태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는 정치 세력은 사실상 북한 노동당, 중국 공산당, 대한민국 민주당뿐”이라고 하자,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는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등의 거친 언사가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태 의원이 계속 이 대표에게 항의하자 민주당 인사들은 "단식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맞서면서 단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단식 중인 야당 대표에게까지 찾아와 항의하고 간 것이 적절치 못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엔 다른 당 정치인이 단식하면 정부 인사나 여당 지도부가 위로 차 방문하거나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2016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 때 청와대 정무수석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 등이, 2018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단식 때 우원식·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방문해 단식 중단을 요청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이 대표 단식에 대해 "방탄 단식"(이철규 사무총장), "관종 DNA"(김기현 대표)라고 칭하며 조롱조로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의 국민의힘 '우리 수산물 시식 행사' 홍보가 기름을 부었다. 8일 오전 11시 예정돼있던 이 행사는 수협중앙회,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공동 주최로, 이 대표 단식장에서 불과 100m 거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안 의원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판촉 행사) 장소는 이재명 대표 단식 텐트 100m 옆이다. 이 대표는 들러서 우리 고등어와 전복을 드시기 바란다. 민망해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여당은 이 시식회를 판촉회로 변경했다. 이 대표 단식 이전에 장소를 임대해 준비했던 행사로 이미 많이 준비된 상황이라 취소가 어렵기 때문에 '단식 조롱' 등 비판 여론을 우려해 변경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행사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내놨다. 전용기 의원은 7일 SNS를 통해 "윤 정부가 더이상 말이 안 통하는 상황이라 단식하는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가짜 단식 운운하며 비하하더니 결국 단식장 옆에서 먹방까지 한다고 한다"며 "'양복 입은 일베'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아직도 단식현장에서 먹방을 하던 파렴치한들이 떠올라 머리가 아픈데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다시 이 조롱을 볼 줄 상상도 못 했다.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이길 포기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단식 중단을 촉구해왔던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의원은 여당 인사 중 처음 단식장을 찾은 태 의원이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7일 KBS 2TV '더 라이브'에서 "대통령실은 뭐하나. 그런 분들이 오셔서 위로의 말씀도 하고 김기현 대표도 이럴 때 손 잡고 이런 모습을 국민들한테 보여야 우려를 해소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그런 거 안 하고 태 의원을 보냈다. 단식 8일째로 상당히 힘들고 고통 속에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다가 가서 그 얘기를 하는 건 인륜적으로 비난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과거 같으면 벌써 대통령 정무수석이 다녀가거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다녀가는 게 보통 상례"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8일 YTN 라디오에서 "국민이 보시기에 좀 민망하다"며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국민들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도 정치 교체인데 여야가 워낙 치열하게 진영 논리로 싸우니까 정치하는 저희도 민망하지만 국민들한테 참 송구스럽다"고 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더 라이브'에서 "제가 대표였다면 이유 불문하고 이 대표가 단식하는 동안에는 저렇게 시비조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견을 제시할 게 있으면 상대방 원내대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항의하고 협상할 문제인데 단식하고 있는 사람한테 가서 제명 요청을 하는 것은 핀트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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