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이재명 앞 먹방' 논란에 박광온 "이게 집권당의 윤리의식?"
[이경태, 류승연, 남소연 기자]
▲ 단식 9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정치적 상대의 단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예의는 없고, 거친 언사로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이 책임 있는 집권당의 윤리의식입니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앞 이재명 대표 단식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던진 질문이다. 국민의힘이 이날(8일) 단식 농성장 인근인 국회 소통관 앞에서 수산물 판촉행사를 여는 데 이어,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7일) 본인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단식 출구 전략을 드리겠다. 내일 있을 행사에 들러서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우리 고등어와 전복을 드시길 바란다"고 조롱한 데 따른 지적이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미우나 고우나 국정운영의 한 축이다. 이 엄연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난마처럼 얽힌 국정을 어떻게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냐"면서 "제1야당 대표가 단식에까지 이르게 된 상황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불편할 것이다. 그 불편함을 푸는 것이 정치다. 정치 이전에 인간적 도리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의 비판이 아프게 느껴진다고 해서, 걸핏하면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은 집권당으로서 자신 없는 모습이자 미덥지 못한 모습"이라며 "그런 식이라면 민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 여당의 행태는 총선 불복이냐"고 되물었다.
또 "이재명 당대표가 내일(9일) 검찰 조사에 응한다. 이 일을 국민의힘이 또 정치 공세의 소재로 삼는 것은 자제하기 바란다"며 "제1야당 대표가 단식 중에도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응하기로 한 것, 그 사실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송갑석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안병길 의원의 글을 거론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덕수 국무총리의 방문까지는 아예 생각지도 않았고 대통령실 핵심관계자,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방문 또한 전혀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일베(일간베스트)와 다름없는 패륜적 언행까지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히 국민의힘은 극우 유튜버의 정신에 지배당하고 일베식 사고로 무장한 집단이 아닐 수 없다"며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마저 저버린 국민의힘의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지도부뿐 아니라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여당 일각의 '이재명 단식농성 조롱'을 성토하는 중이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한 인터뷰에서 "지금 집권여당의 태도는 너무 옹졸하다. 단식장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먹방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하면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와서 (얘기를) 들어야지. 그것이 기본이고 상식이지 않나"라며 "한덕수 총리를 비롯해 내각 사람들이 이재명 대표 단식장을 (국회 본회의 참석차) 하루에 몇 번씩 지나가는데 들여다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대통령한테 찍힐까봐 못 오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 우리 수산물 구매 나선 국민의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성일종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열린 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국회 홍보행사에서 우리 수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한편, 국민의힘은 '야당 대표의 단식을 조롱하는 먹방 행사'라는 비판을 의식해 본래 예정했던 시식회는 취소하고 수산물 판촉을 중심으로 하는 행사로 전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관련 지적에 "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그곳에서 음식을 먹는 행사는 안 했으면 좋겠다. 판매나 홍보 정도로 축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안병길 의원도 논란의 글을 삭제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 등과 함께 해당 행사를 주최한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검증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지난 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한 인터뷰에서 "당초 이 행사는 이 대표가 단식하기 전에 장소를 임대했던 것"이라며 "시식회도 취소하고 의원회관에서 팩으로 준비한 것을 나눠드리기로 했다는데 안 의원께서 이런 과정을 모르셨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이재명 대표한테는 전화 드리기가 어려워 제가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한다는) 전화를 드렸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이 대표의 단식 농성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대선공작게이트'로 규정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이 거대한 음모의 중심에서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까지 도둑질하려는 비열한 역할을 했다면 '방탄 단식' 대신 당장 정계 은퇴하고 사법 처리부터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회의 후 '이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을 설득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직까진 검토하지 않았다"며 "이재명 대표가 내일 검찰 출석을 앞두는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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