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타자기]미니멀리즘을 향한 욕망의 기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미니멀리즘 지침서는 하나같이 "적을수록 좋다"고 강조한다.
평론가 카일 차이카의 책 '단순한 열망 미니멀리즘 탐구'가 미니멀리즘을 향한 열망의 근원을 탐구하게 된 배경도 이 때문이다.
"내가 속한 이 세대는 물질적 안정과 건강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 늘 당장 가져다 쓸 자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남는 것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치열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불안정한 상황에서 나오는 반작용이 미니멀리즘 열풍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미니멀리즘 지침서는 하나같이 "적을수록 좋다"고 강조한다. 한달 이상 쓰지 않은 물건은 몽땅 버리기, 적은 옷으로 생활하기, 집 크기 줄이기, 불필요한 관계 정리하기 등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미니멀리스트로서 거듭나려 할수록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든다. 튼튼하고 오래 가는 가구, 간결하되 미학적인 애플 스마트폰, 건강한 유기농 식품을 사려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단순하게 보이는 삶이 오히려 더 비싸다'는 모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살다 보면 흔히들 대면하는 상황이다. 물건 내다 버리기는 차라리 쉽다. 소음이 난무하는 거리, 출근길 교통지옥과 밀려드는 인파는 피할 수 없는 일상이다. "쏟아지는 뉴스와 각종 SNS 콘텐츠에서 빠져나오자"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시도하고 수십분만 지나도 갑갑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엔 '#미니멀리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약 1300만개에 이르고, 지금도 1분마다 10여개의 새 이미지가 게시된다.
대부분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삶을 꿈꿀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경기 침체와 불평등 구조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평론가 카일 차이카의 책 '단순한 열망 미니멀리즘 탐구'가 미니멀리즘을 향한 열망의 근원을 탐구하게 된 배경도 이 때문이다. "내가 속한 이 세대는 물질적 안정과 건강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 늘 당장 가져다 쓸 자원은 턱없이 부족했고 남는 것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치열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불안정한 상황에서 나오는 반작용이 미니멀리즘 열풍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미디어가 다루는 미니멀리즘은 위태로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약간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돕는데 그친다. 물건을 몽땅 버리라는 지침은 오히려 각자의 사연과 개성을 제거하고, 지루한 공간에 우리를 내몰 수 있다. 대신 저자는 장기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함께 고민한다. '금욕주의'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세네카는 주어진 환경과 인간의 불완전성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금욕을 실천했다. "철학은 검소한 삶을 요구할 따름이다. 고행이 아니라"라는 세네카의 말처럼, 소박함은 쾌락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미니멀리즘이 위선을 동반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니멀리스트는 더 좋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욕망과 자기가 가진 영향력의 한계를 조율하는 일종의 실용주의자가 될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의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직접적으로 제시되진 않는다. 다만 저자는 선불교의 교훈을 대안적으로 전한다. 선불교는 정해진 대답이 아닌 여러 가능성에 '집중'한다. 영원히 지속되는 것보다 덧없음을 인식하고, 일상의 사소함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강요하기보다는 통제를 포기하며, 스스로 방어벽을 치는 대신 주위에 관심을 기울이려는 태도다. 그렇게 모호함을 인정할수록, 반대편의 존재가 서로 같은 전체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일 수 있다. "더 깊은 형태의 미니멀리즘은 해시태그로 분류하거나 티셔츠로 판매할 수 없다. 단계별 지침은커녕 정답도 없으며 위험 요소를 동반한다." 저자는 이 같은 사고방식이 담긴 일본 교토의 한 정원에서 느낀 교훈을 공유한다. "식물은 피고 지고, 담은 색이 바래고, 돌은 풍화된다. 변하기도 하고 그대로 유지되기도 한다. (중략) 그 순간, 나는 제멋대로인 삶과 나란히 놓인 극적인 단순함을 목격했다. 정원은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순한 열망 미니멀리즘 탐구 | 카일 차이카 | 필로우 | 360쪽 | 1만8000원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Z칼럼]한강 작가도 받지 못한 저작권료와 저작권 문제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
- '북한강 시신 유기' 현역 장교는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아시아경제
- "수지 입간판만 봐도 눈물 펑펑"…수지 SNS에 댓글 남긴 여성이 공개한 사연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석유는 신의 선물이야"…기후대책 유엔회의서 찬물 끼얹은 사람 - 아시아경제
- 바이크로 수험생 바래다주던 송재림…"화이팅 보낸다" 격려도 - 아시아경제
- '이렇게 많은 돈이' 5만원권 '빽빽'…62만 유튜버에 3000억 뜯겼다 - 아시아경제
- "저거 사람 아냐?"…망망대해서 19시간 버틴 남성 살린 '이것' - 아시아경제
- 올해 지구 온도 1.54도↑…기후재앙 마지노선 뚫렸다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