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건물 점유 빼앗았다 다시 뺏겨도 반환청구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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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점유하고 있는 건물을 위법한 방법으로 빼앗아 점유한 사람은 애초 점유자가 위법한 방법으로 다시 건물 점유를 빼앗더라도 민법상 '점유회수청구권'을 행사해 건물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위법하게 침탈당한 점유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탈환했을 경우, 상대방의 점유회수청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점유자가 상대방의 점유침탈을 문제삼아 점유회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다시 자신의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점유회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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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점유하고 있는 건물을 위법한 방법으로 빼앗아 점유한 사람은 애초 점유자가 위법한 방법으로 다시 건물 점유를 빼앗더라도 민법상 '점유회수청구권'을 행사해 건물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강학적으로 견해가 대립돼온 '점유의 상호침탈' 문제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 내놓은 판단이다.
점유의 상호침탈은 가령 자전거를 도난당한 A씨가 수 개월이 지난 뒤에 자신의 자전거를 훔쳐서 타고 다니던 B씨로부터 자력으로 자전거를 탈환했을 때, B씨가 A씨에게 점유회수청구권을 행사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학계에서는 B씨의 점유회수청구권을 인정한다 해도 어차피 A씨가 소유권에 기초한 반환청구나 점유회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면 실익이 없고, 소송경제에도 반한다는 이유로 B씨의 점유회수청구권을 부정하는 게 다수설이다. 대법원 역시 같은 이유를 들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부동산관리업체 C사가 시공업자 D씨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D씨는 2012년 10월 건설사와 충북 청주의 한 오피스텔을 짓기로 계약하고 준공검사까지 마쳤으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D씨는 공사대금을 요구하며 건물을 점유해 유치권을 행사했다.
이후 건물의 공사대금 채권은 2016년 C사가 넘겨받았다. C사 대표이사는 2019년 5월23일 건물에 찾아가 D씨와 유치권 문제로 말다툼하다 그를 폭행했다.
대표이사가 다음 날 밤에도 건물에 찾아오자 D씨는 위협을 느끼고 건물을 떠났다. 법적으로 보면 이때부터 C사가 건물의 점유자가 된 셈이다.
D씨는 5월29일 약 30명의 용역 직원을 끌고 돌아와 벽돌로 창문을 깨고 강제로 문을 여는 등 위력을 행사해 C사 직원들을 내쫓고 건물을 되찾았다.
C사는 건물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위법한 방법으로 점유를 침탈당했으므로 민법 204조에 따라 건물을 반환하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2심 법원 모두 C사의 청구가 부당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C사 대표이사가 D씨를 폭행해 쫓아낸 뒤 점유한 것과 D씨가 용역직원들과 함께 건물을 탈환한 것 모두 민법상 '점유의 침탈'이라고 봤다. 침탈은 절도나 강도, 위법한 강제집행 등 의사에 반해 점유를 뺏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C사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D씨가 반대로 똑같은 소송을 내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무용한 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위법하게 침탈당한 점유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탈환했을 경우, 상대방의 점유회수청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점유자가 상대방의 점유침탈을 문제삼아 점유회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다시 자신의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점유회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이러한 경우 점유자의 점유탈환행위가 민법 제209조 2항의 자력구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자신의 점유가 침탈당했음을 이유로 점유자를 상대로 민법 제204조 1항에 따른 점유의 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른바 '점유의 상호침탈' 사안에서 점유회수청구의 허용 여부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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