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3노조 "MBC는 국민에게 사과 대신 화를 냈다"

MBC문화방송 사옥 전경.ⓒMBC공식 홈페이지

침묵하던 MBC 경영진이 어제 김만배 허위녹음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에 대한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대신 '위협으로 재갈을 물릴 수는 없다'는 호전적인 제목을 붙였다. 앞으로도 대선 때마다 우파 후보에 대한 허위보도를 계속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MBC 경영진은 입장문에서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할 사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고발부터 하고 보는 행태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파렴치하다. 그러면 MBC는 왜 2022년 3월 7일 그 '정확한 사실관계도 모르는 사안'을 대서특필했는가. 대선 이틀 전이었고, 이로 인해 후보들 지지율이 요동쳤다.

우리는 마음껏 가짜뉴스를 퍼뜨릴테니 당하는 쪽은 고발도 하지 말라는 게 MBC 경영진 심뽀인 듯하다. 조직적인 부정선거였는지 밝히려면 가담자들 수사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 고발도 하지 말라면 진실을 밝히자는 건가 파묻자는 건가.

MBC가 먼저 나서서 진상규명에 노력해야 할 일이다. 사규에 그렇게 되어있다.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준칙에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정보는 방송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쓰여있다.

MBC 선거방송 제작준칙에도 "특정 후보에 대한 폭로성 주장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도를 주의하고, 사실 관계를 철저하게 확인한 뒤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니 경영진이 먼저 화를 내야 할 대상은 사규를 위반한 기자들이다. 그리고 이를 지시한 최장원 연보흠 같은 간부들이다. 같은 민노총 언론노조 동지들이었다고 눈감고 봐줘서 될 문제가 아니다.

MBC문화방송 사옥 전경.ⓒ데일리안

MBC 경영진은 또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 언론사가 그대로 순치될 수는 없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제발 그 결기를 민주당 정권 때도 좀 보이지 그랬나. 그때는 민주당 정권이 ‘죽어있는 권력’인 줄 알았는가.

민주당 정권 5년 동안 MBC는 네이버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 보도에 미적였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을 외면했고, 최저임금 인상과 탈원전 부작용을 보도하지 않았고, 청와대 특활비에 침묵했고, 민주당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보도에 소극적이었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보도를 회피했고, 조국 법무장관 비리 의혹에 침묵하거나 변명했고, 울산시장 관권선거 의혹을 사실상 은폐했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리에 눈을 감았다. 이수진 전 판사의 '블랙리스트 거짓말'을 보도하지 않았고,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의혹에 함구했고, 코로나19가 퍼지자 신천지에 책임을 전가했고, 라임펀드 사기 사건을 축소 보도했고, 옵티머스 사기도 정관계 로비 의혹이 드러나자 보도를 중단했고,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 기사 폭행 보도에 주저했고, 서울시 폭설 대처 실패를 보도하지 않았고, 대장동 비리의 꼬리를 자르려 한다는 의혹을 받았고, 공수처 전방위 통신사찰에 침묵했다.

참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권력 감시를 외면했다. 그리고 이제 와 언론의 책임과 기자들의 사명감 운운하니 듣는 사람이 당혹스럽다.

지금 국민들이 MBC에 바라는 건 도둑이 매를 들고 성을 내는 모습이 아니다. 먼저 겸허하게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개혁의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국민이 MBC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걱정이다.

2023년 9월 8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