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사회에 넘치는 '화'를 돋우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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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화'로 가득 차서 참선이 필요하다는 어느 스님의 지적이 공감을 울리는 이유는 '화'라는 단어가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경제의 성장 동력을 살리기 위한 타당한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나를 따르라"는 오만으로 국민들을 화나게 한 결과라고 해석된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줌으로써 화를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화를 돋우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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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화’로 가득 차서 참선이 필요하다는 어느 스님의 지적이 공감을 울리는 이유는 ‘화’라는 단어가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극한 대립의 국회는 말할 것도 없다. 이태원 참사 사건 처리,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추진 중단, 초등학교 교권 붕괴의 참담한 모습과 연이은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 무차별 흉기 난동, 세계 잼버리대회 부실 준비 충격, 전세 사기,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홍범도 장군 흉상까지 불러낸 이념 갈등, 정율성 역사공원,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 등 뉴스를 보면 화가 나다 못해 탄식이 절로 난다.
‘이럴 수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하는 놀라움과 그 뒤를 잇는 ‘화’가 사회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사건에 따라 느낀 바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보수든 진보든 진영을 가지지 않고 화가 나는 것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정부는 앞서 나열한 사례에서 보듯이 상당수는 정부가 국민들의 정서를 외면한 밀어붙이기식의 일방적인 정책 선택과 추진 결과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정부 탓하기와 비난도 국민을 화나게 한다. 지난 정부를 지지했던 진보층 국민들은 물론 지난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보수층 국민들도 이제는 윤석열 정부로부터 새로운 희망을 듣기를 원하지만, 집권 후 1년 반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도 여전히 전 정부의 실정과 책임을 듣고 있다.
2008년에 일어난 광우병 수입 소 반대 시위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태도에 시사하는 바는 대중의 정서가 과학적 증거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한반도 인근 해역에 도달하는 데 4~5년이 걸린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NBS)에서 ‘해로울 것’이라는 응답이 74%로 나타났다. 과학적인 증거는 필요조건이지만 정치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국민 정서를 배려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부·여당 견제론이 지지론보다 확연히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정부·여당과 국민과의 관계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의 성장 동력을 살리기 위한 타당한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나를 따르라"는 오만으로 국민들을 화나게 한 결과라고 해석된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여당이나 야당 지지도보다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성 정치에 화난 국민들의 비중이 높다는 증거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전사가 되어 싸우기를 적극 요구했다. 대통령은 싸우기를 독려하기에 앞서 싸움의 상대가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통령은 싸워야 할 상대로 정부 정책을 방해하는 거대 야당과 진보세력을 상정하고 있겠지만,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이런 거친 태도는 중립적이거나 태도를 유보하고 있는 다수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여당 지지층을 제외한 다수 국민들을 싸움의 상대로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줌으로써 화를 풀어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화를 돋우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저출산과 저성장 등 목전에 닥친 시대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력의 결집이 절실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더욱 유연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설득해 주기를 원한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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