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尹의 아세안 외교… 안보 거세지고 실익까지 챙겼다
다수 양자회의… 모두 '경제 실익' 챙기기 기반 확충
캄보디아·필리핀 정상과 협약 등 통해 산업 교류 확대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외교 기조가 확대됐다. 지난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참석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한국 정부의 가치외교 기조 표명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강력한 안보 협력 메시지를 전하고 경제 실익 챙기기에도 집중했다. 2030 세계 박람회 유치를 위해 시간을 쪼개 다수의 양자회의까지 모두 소화한 점을 감안하면 '경제·안보·엑스포'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 셈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도착,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외교 일정에 돌입한 윤 대통령은 8일까지 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일·중),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다자회의 뿐만 아니라 다수의 개별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마지막 날인 이날에는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 뉴델리로 이동한다.
윤 대통령은 늦은 밤 현지에 도착한 첫날을 제외하고는 모든 외교 일정의 초점을 경제와 안보에 맞췄다. 6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청년의 인공지능(AI)·디지털 활용 역량 강화, 메콩강 유역 4개국(캄보디아·라오스·태국·베트남)의 지속 가능한 개발 등 한·아세안 연대 구상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밝혔다. 일회성 공적개발원조(ODA)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아세안 국가 간 인프라·첨단산업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전략에서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은 남중국해 문제 등 역내 현안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어 방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만큼, 세계 무대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주목을 받는 K-방산 수출의 기반도 다졌다.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날 선 발언도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무기 거래 관측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러시아·미국·영국·중국·프랑스) 일원임에도 지속적인 거부권 발동으로 추가 대북 제재를 가로막고, 기존 제재 이행에도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렇다고 중국과 관계 개선에 선을 그은 것도 아니다. 전날 성사된 한중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 문제가 한중 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경제 협력과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서로 간 의지를 확인했다.
다수의 양자회의는 경제 실익 챙기기에 집중했다. 캄보디아, 싱가포르, 필리핀과 정상회담, 라오스와 양자회담에서 공급망·인프라·첨단산업 등 수출 분야의 협력을 통해 신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이들이 소속된 아세안 지역은 한국은 소재 확보에 용이하고, 아세안 국가들은 첨단기술 협력을 할 수 있는 등 상호호혜적인 발전 가능성이 높아서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는 처음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해 12월 발효된 한·캄보디아 자유무역협정(FTA)과 올해 4월 체결된 세관 상호지원 양해각서(MOU)를 적극 활용해 교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는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서명했다. 필리핀은 첨단산업에 꼭 필요한 핵심 광물 보유국이자 인구 1억1000만명 가운데 13~24세 경제활동 가능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젊고, 소비 비중이 GDP 대비 70%에 이르는 큰 내수 시장을 갖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활력에도 도움이 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한·필리핀 FTA는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아세안 회원국과는 5번째 양자 FTA로 한국은 아세안 시장의 91%에 달하는 FTA 네트워크를 완성, 아세안에서의 교역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국내 경제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아세안 순방을 통해 핵심 광물 등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의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필리핀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니켈 생산량이 33만t으로 인도네시아(160만t)에 이어 2위,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14만5000t), 인도네시아(9500t), 호주(7000t)에 이어 4위다. 한국은 필리핀에 자동차 등 수출과 공급망 확보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자카르타=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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