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빌어라"…극단선택 대전 교사, 4년간 악성 민원 시달려

최종권, 김은지 2023. 9. 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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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40대 A교사가 자살을 시도한 뒤 치료 받던 중 결국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날 오후 A교사가 근무했던 대전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 추모 화환이 가득 놓여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학생 훈육 과정서 아동학대 조사받아


대전과 충북 청주에서 초등학교 여교사가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전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자택에서 다친 상태로 발견된 40대 교사 A씨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7일 결국 숨졌다. 교사노조 측은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 등으로 A씨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유족의 언급이 있었다”며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서이초 사건을 접하고 과거 일이 떠올라 많이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태도가 불량하거나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 4명의 담임을 맡았다. 수업 중 소리를 지르거나 급식실에 드러눕는 행동을 지적하거나 학우를 괴롭히는 것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8일 오전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빈소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4년간 악성 민원 시달려


같은 해 11월 친구 얼굴을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자 해당 학생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는 이유로 A씨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 학부모는 같은 해 12월 A씨 행동을 문제 삼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던 A씨는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해당 학부모와 학생들은 A씨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4년여간 민원을 지속해 제기했다고 교사노조 측은 설명했다. A씨는 올해 인근 다른 초등학교로 전입했지만 이전 학교에서 겪은 일 등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A씨 동료 교사는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빌어라’라고 요구하거나, A씨를 향해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협박을 일삼았다”며 “오랜 기간, 이 상처에서 회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7일 오전 11시12분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 단지에 여교사 B씨(39)가 숨져있는 것을 관리사무소 직원 등이 발견했다. B씨는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C초등학교 5학년 담임으로 확인됐다. 아직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평소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던 B씨는 지난 6월 병가를 낸 뒤 지난달 병가 휴직을 내고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회복을 촉구하는 제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도내 교사들이 참석해 도열해 있다. 연합뉴스


청주 여교사 평소 우울증, 병가 휴직 중 사고


경찰은 사고 당시 B씨가 집에 혼자 있었던 것으로 미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는 올해 C초교에 발령받았다. 병가를 내기 전 3월~5월까지 3개월간 학교폭력이나 급우갈등, 생활지도 등 어려움으로 인한 상담·조정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폭력 담당 교사도 아니었다. 학부모 민원 등에 따른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요청도 없었다. 다만 B씨가 학교를 옮기기 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C초교 관계자는 “B교사는 학교 소프트웨어 관리 업무를 맡았다”며 “학생 생활지도를 돕는 외부 컨설팅 요청서를 학기 초에 신청받았지만, B교사는 그런 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B씨가 병가를 낸 뒤 퇴직교사 2명이 해당 반 담임을 번갈아 맡았을 때도 급우 갈등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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