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빌어라"…극단선택 대전 교사, 4년간 악성 민원 시달려
━
학생 훈육 과정서 아동학대 조사받아
대전과 충북 청주에서 초등학교 여교사가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전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자택에서 다친 상태로 발견된 40대 교사 A씨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7일 결국 숨졌다. 교사노조 측은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 등으로 A씨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유족의 언급이 있었다”며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서이초 사건을 접하고 과거 일이 떠올라 많이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4년간 악성 민원 시달려
같은 해 11월 친구 얼굴을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자 해당 학생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는 이유로 A씨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 학부모는 같은 해 12월 A씨 행동을 문제 삼아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던 A씨는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해당 학부모와 학생들은 A씨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4년여간 민원을 지속해 제기했다고 교사노조 측은 설명했다. A씨는 올해 인근 다른 초등학교로 전입했지만 이전 학교에서 겪은 일 등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A씨 동료 교사는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빌어라’라고 요구하거나, A씨를 향해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협박을 일삼았다”며 “오랜 기간, 이 상처에서 회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청주 여교사 평소 우울증, 병가 휴직 중 사고
경찰은 사고 당시 B씨가 집에 혼자 있었던 것으로 미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씨는 올해 C초교에 발령받았다. 병가를 내기 전 3월~5월까지 3개월간 학교폭력이나 급우갈등, 생활지도 등 어려움으로 인한 상담·조정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폭력 담당 교사도 아니었다. 학부모 민원 등에 따른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요청도 없었다. 다만 B씨가 학교를 옮기기 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C초교 관계자는 “B교사는 학교 소프트웨어 관리 업무를 맡았다”며 “학생 생활지도를 돕는 외부 컨설팅 요청서를 학기 초에 신청받았지만, B교사는 그런 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B씨가 병가를 낸 뒤 퇴직교사 2명이 해당 반 담임을 번갈아 맡았을 때도 급우 갈등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불륜녀 신음 소리만 들렸다…몰래 녹음했는데 괜찮다고? | 중앙일보
- “여기가 무슨 동창회입니까” 재판장도 웃게 한 윤석열의 호통 ⑯ | 중앙일보
- 형의 죽음에 짜증내던 동생, 통장 발견되자 “잔액은요?” | 중앙일보
- 호화생활 수십억 탕진 교직원 부부…동료들 사기친 돈이었다 | 중앙일보
- "표절 아냐?"…시청률 대박난 '연인', 이 영화 대사까지 판박이였다 | 중앙일보
- 공부 잘하던 아들이 변했다 대치동 엄마 '결정적 실수' | 중앙일보
- “눈데 와가 사진 찍습니꺼!” 살 떨린 ‘두목 결혼식’ 잠입 | 중앙일보
- 조폭 두목 장모 칠순잔치 찾아가 '라이브 방송'…폭행 당한 유튜버 | 중앙일보
- "시속 50㎞ 차 몰아도 단속 안 해요"…한밤의 스쿨존, 달려봤다 | 중앙일보
- 유치원서 아이 다쳐오자…"내 자식 우습냐"며 교사 협박한 학부모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