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잠수함에 전술핵 욱여넣은 북한…김정은 "저비용 첨단화 전략"

강현태 2023. 9. 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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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핵무장 '효율성' 강조
美본토 아닌 韓日 타격용
소형SLBM 등 탑재 가능성
검증 차원의 도발 잇따를 전망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하에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을 지난 6일 진행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지상군 중심으로 전술핵을 운용해 온 북한이 해군 핵무장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베일에 싸여있던 잠수함 전력을 전격 공개하며 한미일을 향해 "선제·보복 타격" 의지를 피력했지만, 실제 성능 검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하에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을 지난 6일 진행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진수식 이튿날 시험항해를 위해 출항 준비에 나선 해당 잠수함을 시찰하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 8월 말 군사정찰위성 2차 발사에 실패한 상황에서 정권수립일(9월 9일) 70주년을 앞두고 군사 성과를 과시한 모양새다.

통신은 "첫 전술핵공격잠수함 제841호가 조선인민군 해군 동해함대관하 해당 수중함전대에 이관되고 '김군옥영웅호'로 명명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공화국 해군 무력의 첫 세대 영웅지휘관"으로 평가한 김군옥은 제2어뢰정대 지휘관을 맡았던 인물로 '공화국 영웅칭호'가 수여된 바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하에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을 지난 6일 진행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하에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을 지난 6일 진행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신형 잠수함 개발 쉽지 않나
"기존 잠수함 무장체계 갱신"

북한의 전술핵공격잠수함은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개조해 전술핵을 탑재한 개량형이다.

김 위원장은 진수식 축하연설에서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라며 "저비용 첨단화 전략"이라고 자평했다.

특히 "기존 잠수함들을 다 이 잠수함(김군옥영웅호)과 같이 무장체계와 잠항 작전능력을 갱신하고 최대로 향상시켜 전망적인 국가 해군무력 구축에서 중대한 일익을 담당하게 하자고 한다"며 "이는 국방경제 전략상 측면에서도 최대의 효율을 보장하는 혁명적인 조치로, 혁명적인 해군 무력발전 전략으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효율'을 비롯해 '저비용 첨단화 전략'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한의 신형 잠수함 개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석하에 전술핵공격잠수함 진수식을 지난 6일 진행했다고 전했다. 공개된 사진상(빨간 동그라미) 해당 잠수함에는 큰 발사관 4개, 작은 발사관 6개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공개된 사진상 해당 잠수함에는 큰 발사관 4개, 작은 발사관 6개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해당 잠수함을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명명한 만큼 미국 타격용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탑재가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그간 전술핵 체계와 전략핵 체계를 명확히 구분 지어 공개해 왔다.

북한 주장대로 해당 잠수함이 전술핵 발사 능력을 갖췄다면, 저수지 등에서 발사해 온 소형 SLBM 등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관련 능력 검증 차원에서 해당 잠수함을 활용한 각종 도발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오늘의 진수식은 우리가 신형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못지않게 우리의 적수들에게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모든 중형 잠수함들을 공격형으로 전환시키는 공정을 급속히 추진함으로써 그야말로 일거에 기존 잠수함들의 핵잠수함화를 실현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밀한 발사'를 자랑하는 '개량 잠수함'을 추가 확보해 한국과 미국 등의 탐지·요격 능력에 흠집을 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저수지에서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발사되는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해군 핵무장화 계속 추진"
'美본토 타격능력 확보 기한'으로
최장 10년 언급…러 기술 이전 바라나

김 위원장은 해군력 강화 방침을 거듭 천명하며 핵추진잠수함 도입 의지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앞으로도 연속적으로 수중 및 수상 전력의 현대성을 계속해 보여줄 의지에 충만 되어있다"며 "우리 해군의 핵무장화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 해군은 자기 발전 행로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관건적인 단계에 서 있다"며 "확언하건대 앞으로 5년, 10년 어간에 해군이 변하는 시대를 만들어야만 다른 군종이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절대적인 사명을 감당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더 큰 박차를 가해 우리 해군을 조국과 인민의 안녕은 물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할 수 있는 세계적인 해양 강국의 군종 집단으로 강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대적 사명'으로 표현된 미국 본토 핵타격 능력을 갖추려면 핵추진잠수함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시한으로 최대 10년을 제시한 셈이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전략자산 확보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내주 개최될 것으로 전망되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관련 기술 이전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미 정보당국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포탄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공위성·핵추진잠수함 등의 첨단 기술 이전과 식량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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