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22] 이중중대성(Double Materiality)의 성경적 의미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은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서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결과로서 기업의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갈수록 파급력이 커지고 있는 ESG 이슈에 대처하기 위해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ESG경영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19년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개념을 유럽 비재무정보공개지침(NFRD)에서 소개하였다. 그 후 2023년 7월 31일 유럽지속가능보고기준(ESRS, 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을 채택함으로 이중 중대성 평가를 도입했다. 또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도 2021년 국제 ESG공시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여 2023년부터 기업들이 이중 중대성 평가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이중 중대성 평가 결과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중 중대성은 경제적 중대성(Economic Materiality, Outside-in)과 영향력 중대성(Impact Materiality, Inside-out)의 관점으로 설명된다. 경제적 중대성 평가는 기업의 재무상태와 연결된 ESG 요소를 평가하는 것이다. 즉, 어떤 ESG 요소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직접 그리고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반면 영향력 중대성의 관점은 기업 내부 관점에서의 ESG 이슈가 기업의 외부 이해관계자, 즉 투자자, 고객, 정부, 사회 등 사람(People)과 환경(Environment)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중 중대성 평가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기업이 ESG 이슈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위험(Risk)과 기회(Opportunity)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중 중대성 평가를 통해 기업이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우려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ESG 목표와 관리의 우선순위 결정에 반영하여 지속 가능 경영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G경영에서의 이중 중대성 평가개념을 신앙생활에 적용해 본다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두 가지 계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세계에서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에게 주신 계명이 바로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이다. 이 두 계명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둘 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님 사랑’이 충만한 신앙공동체 또는 개인이라면 ‘이웃사랑’도 충만해야 정상이다.
‘하나님 사랑’은 신앙공동체에서의 예배와 삶 속에서의 예배로 실현된다. 신령과 진정으로 드려지는 예배는 ‘하나님 사랑’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며 삶의 현장에서 드려지는 예배는 바로 ‘이웃사랑’과 연결된다. 내가 속해 있는 신앙공동체 그리고 나 자신을 둘러싼 어떤 이슈가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두 가지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데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중 중대성의 관점에서 스스로 평가해 보자는 것이다.
이웃사랑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자선과 구제이다. 자선과 구제는 전통적이고 중요한 이웃사랑의 수단이다. 하지만 현대 경영학은 자선(philanthropy)의 개념을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통한 공유가치 창출과 가치사슬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성장에 기여하는 동반성장 부분까지로 확장한다. 경제활동의 주체인 개인이 일터에서 정직하고 근면 성실하게 일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며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도 훌륭한 이웃사랑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경영자는 혁신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킴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나아가 환경문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여 소비자의 행복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직원, 협력업체, 국가, 환경까지를 포함하는 이웃을 이롭게 하는 것도 훌륭한 이웃사랑의 실천이다. 기독교적 이중 중대성 평가의 목적은 개인과 신앙공동체가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와 은사에 따라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중 중대성은 중용(Golden Mean)의 개념과도 관련된다. ESG 경영에서 중용이란 물적 및 인적자원의 배분과 관련된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재무 성과와 선한 영향력 확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균형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가 바로 이중 중대성 평가의 목적이기도 하다. 성경에는 중용에 관련된 내용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용은 균형, 절제, 행동의 적절한 정도를 의미하며 종종 태도, 언어, 행동과 관련된다.
성경에서 중용과 관련된 구절로는 잠언 4장 27절,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는 말씀이 있다. 악한 자의 편에 서지 말되,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을 행할 때 중용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류는 지난 2천여 년의 신약시대 기독교 역사를 통해 한쪽으로 치우친 극단의 결과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사례를 많이 경험했다. 14세기 중세 시대 흑사병이 돌 때 성당에서의 기도회가 오히려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거나, 16세기 면죄부를 대량으로 팔아 화려한 교회 건물과 재정확장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함으로 신앙의 본질을 잃어버렸던 어두운 역사가 부정적인 결과의 예이다.
교회 내에서의 이중 중대성 평가는 우선 교회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 변화 및 지역사회 특성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식별된 이중 중대성 이슈에 대해서 각 이슈가 신앙공동체와 개인의 영적 성숙과 그리고 선한 영향력 확대라는 두 가지 측면의 중대성을 평가하고 긍정적 및 부정적 영향도를 식별함으로 개교회에 최적화된 양육 및 선교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중 중대성 관점에서 교회에서의 내부 이해관계자는 바로 신앙공동체에 참여하는 모든 성도이다. 모든 성도는 예배를 통해 기쁨을 누리고 감사를 나누는 가치의 수혜자임과 동시에 서로 중보하며 자신의 은사를 찾아 적극적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는 가치의 제공자이기도 하다. 즉 선한 가치로 외부 이해관계자인 이웃을 섬기며 세상을 바꾸는 가치제공자이자 수혜자인 것이다.(다음 회, ESG경영과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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