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3개월 연속 흑자냈지만…이번에도 '불황형'(종합)

문제원 2023. 9. 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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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4분기부터 수출 증가율 플러스 전환"
中단체관광 허용으로 관광객도 늘어날 전망
국제유가 상승은 악재…상품수지 불확실성↑

올해 7월 경상수지가 35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다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발생한 흑자이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한국은행은 오는 4분기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되면 불황 우려가 약해질 것이란 입장이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경상수지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7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경상수지 3개월 연속 흑자지만…'불황형'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35억8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4월(-7억9000만달러) 적자를 낸 이후 5월(19억3000만달러)과 6월(58억7000만달러)에 이어 3개월째 흑자다. 흑자 규모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년 동월(17억달러)보다 컸다. 하지만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0억1000만달러로, 지난해(265억7000만달러)에 비해 약 77% 쪼그라들었다.

7월 경상수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품수지가 42억8000만달러로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영향으로, 수출과 수입은 모두 여전히 감소세다. 우선 수출은 50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7억9000달러(14.8%) 감소했다. 승용차(15.7%)가 호조를 지속했으나, 석유제품(-41.8%)과 반도체(-33.8%), 화공품(-16.4%) 등을 중심으로 11개월 연속 줄었다.

반면 수입은 461억5000만달러로, 135억9000만달러(-22.7%) 급감했다. 감소액과 감소율 모두 수출을 크게 웃돌았다. 한은은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모두 줄어들며 5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이 지난해 동월보다 35.7% 크게 줄었다. 원자재 중에선 가스, 석탄, 원유, 석유제품 수입액 감소율이 각각 51.2%, 46.3%, 45.8%, 40.9%에 달했다.

서비스수지는 25억3000만달러 적자로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적자폭은 전월(26억1000만달러)에 비해 소폭 줄었다. 운송수지는 9000만달러로 흑자폭이 커졌지만, 여행수지가 14억3000만달러 적자로 적자폭을 키우며 서비스수지를 끌어내렸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29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5월 플러스로 돌아선 후 3개월째 흑자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은 "4분기부터 수출 증가율 플러스 전망"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불황형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한은은 8월부터는 수출 감소세가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7월에는 수출 증가율 회복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8월, 9월에는 감소세가 많이 줄어들고, 4분기에는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불황형 흑자라는 얘기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허용으로 앞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 역시 경상수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부장은 "모니터링을 해본 결과 (중국인 관광객이) 7월보다 확실히 늘어났다"며 "관광객 수가 8월 중순부터 점차 늘어나다가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을 기점으로 많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더 오르면…상품수지 타격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상수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7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만 246억달러 흑자를 내야 한다. 한은이 이런 전망치를 내놓을 때 국제유가는 배럴당 83달러(브렌트유)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89~9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우리나라는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부장은 "지금까지는 국제유가가 상품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에 국제유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 부분이 9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이어진다면 상품수지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유 가격이 올라서 항공 운임이 상승하면 해외여행이 제약을 받으면서 여행수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등으로 유가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이 엄청 높아지진 않겠지만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도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기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우리나라 경제에 주름살을 만드는 요인"이라며 "우리 산업 구조가 에너지 사용량을 많이 줄일 수 있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의 경우 7월 37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7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24억2000달러 늘었고,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16억5000만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전월 5년6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던 직접투자가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권투자(43억달러)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69억달러 증가하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26억달러 늘어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로 나타났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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