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무승' 클린스만, 아시안컵 우승 천명한 감독 맞나…"지금은 세대교체 과정"

김정현 기자 2023. 9.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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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지금은 11월 시작하는 월드컵 예선과 내년 초 예정된 아시안컵에 대비해 선수들을 점검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추구하는 '축구 색깔'을 묻자 "아시안컵 준비 과정"이라는, 축구 팬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답변이 돌아왔다. 대회 우승을 천명하던 감독이 대회 개막을 4개월 앞두고 나온 발언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9월 A매치 첫 경기에서 '유효 슈팅 1개'라는 초라한 기록만 남기고 0-0으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우리나라(28위)보다 낮은 웨일스(35위)를 상대로 클린스만호는 슈팅 수에서 4-10으로 밀리고, 유효 슈팅에서도 1-4에 그치는 등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김승규(알샤바브)의 선방과 웨일스의 '골대 불운' 덕분에 무실점한 게 그나마 다행일 정도였다.

클린스만호는 웨일스의 두꺼운 수비와 전방 압박에 곤혹스러워하며 빌드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과 중앙 미드필더의 킬러 패스가 실종되면서 '무엇을 위한 축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까지 나오게 했다.

출범 이후 5경기 동안 무승(3무 2패)에 그친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연합뉴스를 통해 "상당히 어려운 경기였다. 양 팀 모두 준비한 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고, 골 찬스도 많이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대등한 경기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웨일스가 5백으로 나와서 무너뜨리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웨일스가 수비를 잘했다. 우리도 웨일스와 비슷한 팀을 상대로 어떻게 준비하고 풀어나가야 하는지 볼 수 있는 경기였다"라고 덧붙였다.

웨일스전에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묻자, 클린스만은 "일단 계속 지속적인 대표팀의 성장을 생각하고 있다. 오늘 보셨다시피 어린 선수들이 많이 출전했는데, 성장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어린 선수들은 경기 출전을 통해 경기력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아시안컵까지 가는 여정에서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같은 리더급 선배들과 함께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팀을 이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라며 "3월 A매치와 비교할 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많은 어린 선수가 합류했는데, 이 선수들은 경기력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라고 선수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을 요구했다. 

새로 선발한 양현준(셀틱)이 이날 첫선을 보였다. 클린스만은 "직접 셀틱(스코틀랜드)에서 경기력을 확인한 양현준도 막판에 잘해줬다.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하는지 지켜보는 게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손흥민의 활용법 역시 고민으로 남았다. 클린스만은 "손흥민은 항상 상대가 2∼3명의 전담 마크맨을 두고 따라다녀서 어떤 포지션에서 뛰든 항상 어려움이 있다"라며 "오늘도 중앙에서 시작했지만 스스로 공간 창출하려고 시도를 많이 했고, 많이 내려와서 골을 받는 장면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간을 만들어 가며 슈팅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런 게 손흥민의 위상이다. 분명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오늘 손흥민의 활약에 만족한다"라고 덧붙였다. 

3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 A매치 기간 클린스만호의 축구는 더 알 수 없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클린스만 본인은 "지금은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11월에 시작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과 내년 초 열리는 카타르 아시안컵에 대비해서 선수들을 점검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오늘까지 5경기를 통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관찰했다. 대표팀은 월드컵 사이에 많은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지금 세대교체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어떤 선수들을 최종 명단에 포함할지에 대한 고민을 저와 코칭스태프들이 계속하고 있다.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웨일스전을 마친 클린스만호는 같은 영국 동부도시 뉴캐슬로 넘어가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준비한다.

한국은 오는 13일 오전 1시30분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홈구장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전을 치른다. 한국은 당초 북중미 강호 멕시코와 겨룰 예정이었으나 계약 체결 전 멕시코가 중계 등을 이유로 유럽에 오지 않고 자국에서 호주와 평가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역시 멕시코와 9월 평가전이 무산된 사우디와 영국에서 경기하는 해프닝을 벌이게 됐다.

사우디는 최근 이탈리아 대표팀을 지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이끈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선임시키고 2026년까지 거액에 계약하는 파격적인 행동으로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사우디 입장에선 만치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두 번째 A매치를 한국과 치르는 셈이다.

특히 클린스만 못지 않게 만치니 감독도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을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면한 목표로 내건 터라 13일 한국-사우디전은 아시안컵 우승 구도를 미리보는 경기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대주주를 맞이하면서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21년 만에 진출했다. 이번엔 그런 뉴캐슬의 홈구장을 대주주가 속한 나라의 국가대표팀인 사우디가 쓰게 됐다.


사진=Reuters,AP/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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