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상장시켜 줄게" 속여 거액 편취… 컨설팅업체 대표들 실형

"회사를 상장시켜주겠다"며 비상장기업 소유주들에게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재판에 넘겨진 M&A 컨설팅 업체 대표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최근 컨설팅 업체 A사 공동대표 김모씨(50)와 백모씨(63)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직원 손모씨(39)에겐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씨와 백씨는 2017년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면서 경영권도 보장해주겠다"며 포장재 제조기업 B사에 접근해 비상장 주식 30만주와 현금 2억7000만원을 넘겨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B사가 코스닥에 상장된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시키겠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취득한 B사 주식을 다른 투자처에 담보로 맡기고 A사 계좌로 13억원을 송금받은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직원인 손씨도 데려갔는데, 손씨는 자신이 B사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한주당 6500원으로 계산해 돈을 빌려달라. 1~2년 뒤 상장될 회사인데, 상장되면 주당 7500원에 되팔라"고 투자처를 속였다. 백씨는 "코스닥 상장사인 의료기기 업체의 주식과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했다. 사내이사 5자리 중 2자리를 주겠다"고 속여 투자처로부터 10억원을 받아 챙겼다. 재판에서 김씨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실제로 인수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을 뿐이며, B사를 속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백씨는 "구체적인 업무는 김씨에게 위임하고 관여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손씨도 "직원으로서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엔터테인먼트 회사 매수를 시도한 것은 맞지만, 이미 2017년 말 인수가 무산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B사의 주식을 넘겨받고 인수 협상이 계속 진행되는 것처럼 속였다"며 "백씨도 B사와 계약할 때때 주식 처분이 쉽도록 액면가를 설정하는 등 범행에 깊이 가담했다"고 판시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