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산유국 감산에 떠는 국제유가…'물가·경기' 위협(종합)
7일 소폭 하락했지만 일각 100달러 전망도
유가 더 오르면 물가, 경상수지 등 악재
이란 증산, 中수요 감소은 유가 하락 요인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조정 압력을 받으며 7일(현지시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일각에선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1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 완만하게 안정을 찾아가는 중인 국내 경상수지와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대중 수출 부진과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가뜩이나 경기·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하반기 경제 회복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유가 소폭 하락했지만…여전히 높은 수준
8일 뉴욕상업거래소와 영국 ICE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달러 강세와 수요 약세 전망으로 소폭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6.87달러로 전날보다 0.67달러(-0.8%) 하락했다. 지난달 24일 이후 연일 상승하다가 10거래일 만에 내려갔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90달러를 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이날 89.92달러로 역시 소폭 하락했다.
다만 여전히 국제유가는 단 몇개월 전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 5월 배럴당 73~75달러에 불과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7월 80달러를 넘었고, 지난 6일에는 배럴당 91.69달러까지 돌파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런 분위기면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실제 100달러까지 오르진 않더라도 상당 기간 90달러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남아란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은 통상 유가가 전 고점 대비 50% 정도를 회복할 때까지 지속됐다"며 "따라서 이번 감산도 유가가 95달러 정도로 회복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는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에도 상승 압력을 준다. 이미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오른 만큼 앞으로 국내 휘발유, 경유, 공업제품 등으로 물가 부담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9월 경제동향'을 통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이것이 경기 부진이 완화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돈' 필요한 사우디…원유 감산 계속
최근 유가가 다시 오르는 것은 공급 측 영향이 크다. 세계 1,2위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인위적인 공급 축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는 감산에 매우 적극적이다. OPEC 플러스(+)가 지난해 10월 200만 배럴, 올해 4월 166만 배럴을 감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7월부터는 하루 100만 배럴의 독자적인 감산도 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에는 감산을 연말까지 감산을 연장한다고 발표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 기간 감산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사업의 핵심인 초대형 미래 도시 네옴시티 건설 사업에는 5000억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사우디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소 80달러 이상을 유지하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와 함께 OPEC+를 이끄는 러시아도 하루 30만배럴 감산을 올해 말까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원유 생산량 중 사우디와 러시아의 생산 비중이 약 23%에 달하는 만큼 이들 국가의 감산이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동안은 미국이 2억배럴에 달하는 전략비축유(SPR)를 풀어 유가 상승을 막아왔지만, 이마저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원유 재고를 채우기 위해 공급이 아닌 구매에 나서면 단기적으로 유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
中경기 '둔화 vs 회복'…국제유가 변수
한은은 지난달 24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배럴당 평균 84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하반기 82달러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 5월 전망 대비 소폭 낮아진 것인데, 여기엔 중국 경기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실제 중국은 최근 부동산 경기와 소비가 크게 위축됐는데, 이는 글로벌 원유 수요를 줄여 지난 수개월간 국제유가 하방 압력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어 앞으로도 유가 하락이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중국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무주택자에게 계약금과 이자 우대 혜택을 주는 등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인민은행도 자국 내 금융기관의 외화 지급준비율을 내리면서 유동성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날 나온 중국의 수출액은 2848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8% 줄어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감소폭은 지난 6월(-12.4%)과 7월(-14.5%)에 비해 감소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9월 국제원자재 시장 동향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 위기론이 현실화하지 않는 이상 국제유가는 중장기 시계에서 항공 등 연료유 부문의 수요 호조 등으로 강세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오르면…스태그플레이션, 긴축 장기화 우려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올여름 폭염·폭우 영향으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까지 반등한 상황이어서 유가 상승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물가상승률이 10월 이후 둔화돼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엔 국제유가 흐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마저 상승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기업의 생산원가는 평균 0.43% 상승해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지난 5월 이후 '불황형 흑자'를 이어오고 있는데, 유가가 오르면 수출액 감소는 물론 수입액 증가에도 영향을 준다.
유가 상승은 Fed와 한은의 추가 긴축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의 감산 정책 지속 우려가 고용지표 둔화 등에 따른 물가 둔화 압력을 희석시키면서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중국 수요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원유시장 내 수급, 재고 불안으로 인한 유가 추가 상승 리스크가 현시점에서 가장 큰 나쁜 뉴스"라고 지적했다.
이란 증산, 美 외교적 노력…국제유가 하락 요인
다만 일각에선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는 감산 외에도 폭염이나 미국 허리케인 등 일시적 요인도 있었던 만큼 차츰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 속 수요의 점진적 둔화가 이어지고 있어 일시적인 상승 재료가 소멸된 이후 유가는 80달러 전후로 예상된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후로 미국의 외교적 노력 강화도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란이 앞으로 계속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도 유가 하락 요인이다. 미국은 사우디의 감산에 대응해 적대 관계인 이란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면서까지 원유 수출 대열에 합류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고, 이란도 실제 증산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도 국제유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다른 산유국들이 증산에 나서거나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더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배럴당 100달러 이상은 용인하기 힘들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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