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가득했던 사령탑과 캡틴의 격려…문보경, 하루 만에 '3안타'로 화답했다

유준상 기자 2023. 9. 8.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7일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팀 간 13차전을 앞둔 수원KT위즈파크. 염경엽 LG 감독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역시나 전날 끝내기 안타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LG는 6일 경기에서 9회초까지 3-0으로 리드하다가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9회말에만 대거 4점을 헌납하면서 허무한 역전패를 당했다. 7이닝 동안 1점도 허용하지 않은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는 호투를 펼치고도 승리를 수확하지 못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 나온 건 3-2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였다. 황재균이 친 땅볼 타구가 3루수 쪽으로 향했는데, 3루수 문보경이 공을 잡지 못했다. 문보경의 글러브를 스쳐지나간 타구는 외야로 빠져나가면서 3루주자와 2루주자가 차례로 득점을 올렸고, 그대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공식 기록은 황재균의 안타였지만, 자신의 실수로 팀이 패배했다고 생각한 문보경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튿날 염경엽 감독은 훈련 시간을 활용해 문보경과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건넸다. 사령탑은 어떤 내용을 전달했을까. 염 감독은 "(문보경에게) 다 경험이라고 했다. '너 때문에 홈런 쳐서 이긴 경기도 있고, 네가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해준 경기도 있으니 감독은 괜찮다. 다만 실수는 반복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항상 앞 주자가 있었을 땐 뒤에 있는 주자가 오는 걸 빨리 생각해야 한다. 주자가 2루에만 있을 땐 베이스를 태그해 아웃을 만들 시간이 충분하지만, 앞에 주자가 있을 때 뒷 주자가 리드가 크고 스타트가 빠르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포구 이전에 주자가 시야에 들어오니까 순간적으로 급해진 것이다. 땅볼이 정면으로 오거나 뒤로 올 땐 1루로 던져야 한다는 부분을 얘기해줬고, 다음엔 실수를 안 할 것이다"고 응원을 보냈다.

이어 염 감독은 "문보경은 이제 2년 차다. 그게 다 경험을 통해서 2~3년을 가다 보면 최정(SSG 랜더스) 같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고, 한 단계씩 발전해 가는 과정에 있는 선수다.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문보경이 7일 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도 확고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염 감독은 "실책했다고 해서 선수를 빼면 오히려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그랬다. 더 경기에 나가고, 그걸 극복해야 한다. 경험하지 못한다면 계속 그런 상황이 됐을 때 뺄 수밖에 없다. 실책을 했지만, 문보경은 잘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렇게 쭉 가야 140경기 이상을 3루수로서 한 경기도 빠짐없이 나갈 수 있다"고 견해를 전했다.

그러면서 사령탑은 팀의 주전 유격수이자 캡틴인 오지환의 성장을 언급했다. 과거 염경엽 감독이 수비 코치를 맡았을 당시 '20대' 오지환은 더딘 성장세를 보이며 속앓이를 해야 했고, 잦은 실수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염 감독은 "다른 유격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경험을 했지만, 그때 오지환은 투수로서의 경험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마무리훈련 때부터 훈련을 많이 시켰고, 기본기에 신경을 썼다"라며 "그 단계를 기다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지환은 지금의 문보경보다 더 실책을 했고, 나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계속 선수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걸 소화했기에 지금의 오지환이 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날 경기 후 2010년대 자신의 모습을 회상한 오지환은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시절이라 (그런 부분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실수를 자주 했을 때 경기에서 많이 빠졌고, '내일 또 실책하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한 연차가 쌓이니까 좀 더 과감하고 접근한 게 도움이 됐다"고 자신의 발전 과정을 돌아봤다.

염경엽 감독이 문보경과의 대화에서 9회말 상황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면, 오지환은 문보경이 자신감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오지환은 "낮에 메신저로 연락해 충분히 잘하고 있고,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과정만 보면 당연히 잡을 수 있는 걸 놓쳤다고 할 수 있는데, (문)보경이 입장에서는 3루 베이스를 찍을 수도 있는 거고 1루로 던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여러 선택을 하다 보니 뭐 그렇게 됐던 것 같은데, 진짜 좋은 경험을 한 것이다. 1등 팀이 실패가 어디 있겠나. 그냥 과정일 뿐인 것이다"고 말했다.

또 오지환은 "다 생각이 있는데 실수한 걸 계속 붙잡고 생각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내가 실수 제일 많이 한 사람이지 않나"라며 "이미 끝난 것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것인데, 잔소리가 계속 생각날 수 있다. 빨리 잘할 수 있는 거 했으면 좋겠다는 얘길 했다"고 문보경에게 조언한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사령탑과 캡틴의 말이 통했을까, 이날 5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문보경은 4타수 3안타 3득점 1볼넷을 기록하면서 팀의 11-4 승리를 견인했다.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날 실수를 만회했다.

오지환은 "(스스로) 잘 준비한 것 같다. 오늘 경기에만 얘기하자고 했는데, 나보다 멘털이 좋은 것 같다"라고 미소 지은 뒤 "(내 지분은) 아예 없는 것 같다. 스스로 이겨내는 것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리 얘기해줘도 그 당사자인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른다. 그래서 자기가 잘 이겨냈고, 집중했던 것 같다"고 문보경을 칭찬했다.

적은 연차와 경험 등을 고려할 때 위축될 수 있었던 문보경은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났고,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그렇게 시즌 내내 하나로 똘똘 뭉친 모습을 보여준 LG는 '원 팀'의 힘을 발휘하며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