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전] 중원 삭제, 허술한 전방압박…클린스만 '공격축구'도 실종됐다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중원도 삭제됐고 전방압박도 허술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공격축구로 일관하고 있다.

8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가진 한국이 웨일스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클린스만 감독은 또다시 승리하지 못하며 5경기 무승 사슬(3무 2패)을 끊어내지 못했다.

참담한 경기력이었다. 한국은 웨일스가 파이브백으로 내려앉자 좀처럼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다. 측면으로만 공을 돌리는 이른바 'U자 빌드업'만을 반복했다.

중원이 삭제됐기 때문이었다. 웨일스가 중앙을 두껍게 하는 수비를 가져간 것이 컸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던 손흥민은 웨일스 수비에 둘러싸여 공을 배급받지 못했고, 수시로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가 빌드업에 참여해야 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문제도 분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중원에 박용우와 황인범을 기용했는데, 경기 중에 박용우가 혼자 미드필드에 남고 황인범은 손흥민과 같은 선상에 서있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황인범이 볼 운반과 창의적인 패스에 강점이 있는 선수임을 생각하면 완벽한 패착이었다.

실제로 황인범이 경기 중 공을 터치한 횟수는 54회에 불과했고, 미드필더임에도 2선에 나선 이재성과 손흥민보다 공을 적게 만졌다. 실전 감각보다도 전술적 지시가 잘못된 영향이 컸고, 황인범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중원 전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손흥민이 개인 기량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공격 다운 공격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전방압박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빌드업이 잘 되지 않더라도 상대를 확실하게 압박한다면 좋은 공격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후반 8분 조규성이 웨일스 수비를 적극적으로 압박해 패스미스를 유도하고, 코너킥까지 만들어낸 장면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한국의 전방압박은 체계적이지 못했다. 선수들이 한몸이 돼 유기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순간순간 공을 잡은 선수에게 한두 명씩 대인마크를 하는 편에 가까웠다.

대표적인 장면이 전반 21분 나왔다. 웨일스가 후방 빌드업을 하는 상황에서 조규성이위로 올라가 상대 수비를 압박했다. 이 경우 팀 전체 라인이 올라가야 효율적인 압박을 전개할 수 있다. 그러나 홍현석이 윙백의 패스길을 차단하고 있었을 뿐 조규성을 지원해주는 선수가 없었고, 웨일스는 넓어진 공간을 통해 편안하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앞선 4경기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경기력에는 만족했다. 경기를 지배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번 웨일스전은 이기지도 못했고, 경기를 지배하지도 못했다. 이러한 경기력이 계속된다면 승리는커녕 클린스만 감독이 표방했던 공격축구도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