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위기를 묻다]리튬·니켈 신규공급망서 中비중 '0'…IRA가 바꾼 韓배터리

정동훈 2023. 9. 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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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주요 공급망 변화 21건 살펴보니
국가별로는한국7·호주6·중국5 등
새 공급망 76%는 中 관련 없어
中 관련은 전구체 사업 합작에 국한
中 원료 의존도 80%↑ 韓 배터리 공급망
해외 자원 부국과 협업 공급망 굴레서 벗어나
다만 전구체는 여전히 '약한 고리'

편집자주 - 한국 배터리 산업은 과연 다음 첨단산업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미래 가치를 먹고 사는 주식 시장을 보면, 배터리 산업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황제주'로 등극한 에코프로는 100만원선을 위협받고 있다. 배터리 대형주들의 주가가 한풀 꺾이면서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글로벌 불황과 전기차가 덜 팔린 영향이 크다.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 선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기를 공급망·가격 경쟁·인력난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이후 1년간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홀로서는 작업을 했다. 과거 1년간 새로 확보한 공급망 중 76%가 중국과 무관하다.

6일 아시아경제는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공급망 변화 21건을 살펴봤다. 리튬·니켈·전구체(양극재의 중간 원료) 등 핵심 원료의 생산과 공급에 관련된 국가를 분류해 본 결과(중복 포함) 한국 7건·호주 6건·중국 5건·캐나다 3건·미국 2건·칠레 1건·독일 1건·필리핀 1건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5건(약 23%)을 기록했지만, 전구체 생산을 위한 국내 합작 공장 건설이 4건, 해외 합작 공장 건설 1건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기업으로부터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을 새롭게 공급받는 사례는 없었다.

원료별로는 리튬 10건·전구체 6건·니켈 4건·흑연 2건·코발트 1건으로 나타났다.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리튬·니켈 등 광물은 호주(3건)·캐나다(2건)·칠레(2건) 등에서 공급받는 사례가 늘어났다. 추가된 원료 공급망은 미국 내 대규모 배터리 공장 가동 시기인 2024~2025년부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中 의존도 높았던 韓 배터리 원료 공급망

중국 기업들은 그간 저렴한 인건비와 전기 요금, 해외 광산 채굴권 등을 앞세워 배터리 원료 시장을 잠식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주요 고객사였다. 값싼 광물·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배터리 원료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수산화리튬 82%, 황산코발트 100%, 황산망간 75%, 전구체 97%에 달했다.(한국무역협회) 오죽하면 정부가 중국 배터리 공급망 의존도를 현재 80% 수준에서 7년 후인 2030년까지 절반 이하로 낮추자는 목표치를 제시하기까지 했다.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블룸버그NEF(BNEF)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평가 순위에서 한국은 종합 6위에 그쳤다. 한국은 배터리 제조 부문에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원자재에서는 17위에 그쳐 독일과 공동으로 6위에 올랐다. 캐나다·미국·핀란드·노르웨이 등이 우리보다 순위가 앞선다.

'中 공급망 배제' 시작됐지만 전구체는 '약한 고리'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기업에게 직접 주는 방식으로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다만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광물의 미국·FTA체결국 채굴·가공 비율은 현재 40% 수준에서 2024년 50%→2025년 60%→2026년 70%→2027년 80% 이상으로 상승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중국 공급망에서 멀어지고 있다. 포스코 그룹처럼 아르헨티나, 호주 등의 해외 광산·염호(소금 호수) 채굴권을 매입하고 개발해 직접 리튬, 니켈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해결 못한 '공급망 숙제'는 전구체다. 전구체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을 배합해 만드는 양극재의 중간 원료다. 양극재 원가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중국은 전구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조 환경을 갖췄다. 광산 채굴권을 다수 확보했고 인건비가 저렴하다. 가공·제련시 발생하는 다량의 오염 물질도 까다롭게 규제하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전구체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는 21억1000만달러(약 2조8147억원)에 달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구체의 제조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간 중국에서 생산한 전구체를 기초로 배터리를 생산해 왔기 때문에 수급 안정성을 위해 중국 전구체를 쓰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전구체 기업과의 합작해 전구체 국내 생산을 도모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화유코발트·CNGR 등 기업과 광양·포항 등에 전구체 합작 공장을 세운다. LG화학도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해 전북 새만금에 연산 5만t 규모의 전구체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SK온과 에코프로은 중국 GEM과 합작해 새만금에 연간 전구체 5만t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켐코(고려아연 자회사) 등은 국내 기술로 전구체 생산에 나섰거나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문제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내 해외우려단체(FEOC)의 범위다. IRA는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 정부가 지정한 FEOC에서 조달하는 것을 금지한다. 미국은 FEOC로부터 조달한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다. 하지만 IRA 시행 1년이 되도록 미 정부가 FEOC 세부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 6월 미국에 FEOC 정의를 명확히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FOEC에 한중 합작법인이 포함되면 한중 합작사의 전구체를 활용한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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