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재부, 10년만에 정원 줄인다
매년 평균 2%씩 늘다 10여년 만에 감소해
'작은 정부' 대통령 국정기조 발 맞추기
"한시조직 정리, 인력 필요하면 다시 요청"
경제정책 콘트롤타워이자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10여년 만에 본부 정원을 줄인다. 감원율은 주요 부처 중에서 가장 가파르다. 공공기관 정원을 대폭 축소한 기재부가 모범을 보이는 동시에 ‘작은 정부’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7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의 내년 본부 정원은 1255명으로 잠정 결정됐다. 올해 1298명에서 43명(감원율 3.3%) 줄였다. 기재부가 정원을 감축한 것은 2014년 1122명에서 2015년 1108명으로 14명 줄인 이후 9년 만이다. 이후 기재부 정원은 매년 평균 2.0%씩 꾸준히 늘었다. 정원에 따른 인건비는 같은 기간 821억원에서 867억원으로 46억원(5.6%) 증가했다.
정원 감소 폭은 장관급 이상 부처 26개 가운데 기재부가 가장 크다. 두 번째로 감원율이 높은 부처는 고용노동부다. 내년 정원이 올해보다 267명 적은 8535명이다. 감원율은 3.0%로 기재부보다 0.3%포인트 낮다. 정원이 줄어드는 방송통신위원회(-2.3%), 공정거래위원회(-2.3%), 통일부(-1.7%), 여성가족부(-1.6%), 금융위원회(-1.0%) 등의 감원율은 3% 미만 수준이다.
내년 기재부 정원을 급수별로 보면 4급(서기관)이 267명에서 245명으로 감소한다. 4급은 주로 주요 정책의 1차 결정권자에 해당하는 과장·팀장 자리에 있다. 실무 작업을 수행하는 5급(사무관)도 559명에서 541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1·2급은 59명으로 2명 증가한다. 7급은 84명(+29명)으로, 8급과 9급은 각각 31명(-33명), 23명(-1명)으로 조정된다.
기재부 정원 감축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한시 조직 운영 종료다. ‘차세대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구축 추진단’에 배정돼 있던 20명이 내년 정원에서 빠졌다. 추진단은 2019년 7월 한시적으로 출범해 각종 지표 7890개를 재정 데이터와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약 3년간 운용해오다 사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자연 감소했다.
'작은 정부' 尹 대통령 국정기조 발 맞추기
그럼에도 좀처럼 줄지 않던 기재부 정원이 이례적으로 줄어든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인 ‘작은 정부’가 자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당선 후 국무회의나 전략회의 등에서 “작지만 일 잘하는 공공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공무원의 정원과 보수도 엄격한 기준으로 운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공무원 숫자를 확대해왔던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정원을 동결하고, 공공부문에 산재한 위원회를 효율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공무원 정원을 총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미 국가 공무원 정원 동결과 부처별 정원 1% 감축 등의 방침을 보고했다. 지난 6월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매년 일반직 공무원 정원을 1% 감축하고 신규 수요에 재배치하라는 조직관리지침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기재부도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강력한 정원감축을 실시했다. ‘공공기관 혁신계획 2023년 1분기 이행실적 점검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291개 공공기관에서 정원 1만721명이 줄었다. 올해 계획했던 감축 인원 1만1072명의 96.8%다.
기재부에서도 내부 정원을 과거처럼 늘리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정부의 국정철학과 역행하는 데다 공공부문 정원 감축을 주도한 기재부가 정작 자신들의 정원은 늘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내부 인력 상황이 정원을 줄여도 되는 만큼 여유로운 건 아니다”면서도 “기재부도 정원 감축에 예외가 없다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기재부의 정원 감축으로 인해서 당장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이 부족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현원이 아니라 정원 감소이고 한시 조직을 먼저 정리한 것”이라면서 “하반기라도 인력 수요가 발생하면 수시직제 개편을 요청해서라도 대응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