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역대 대통령재단, 트럼프 겨냥 공동성명 "예의를 지켜야지"
"선거철이든 아니든 정치적 담론에서 예의와 존중은 필수다."
미국 역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재단과 센터, 도서관 등 13개 기관이 7일(현지시간) '민주주의가 우리를 하나로 묶는다'는 제목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출신이 섞여 있는 역대 대통령 기념 기관들이 한 이슈에 대해 같은 목소리의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성명에서 이들 기관은 미국을 "다양한 배경과 신념을 가진 나라"라며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게 민주주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토론과 의견 충돌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특징이고, 선거철이든 아니든 정치적 담론에서 예의와 존중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선출된 공직자는 모범을 보이면서, 국민을 위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직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성명이 누군가를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구체적 사례를 적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상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하고 4건의 형사 기소에도 또 출마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묘하게 비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기관은 현재 미국의 '집안싸움'이 국제 정세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했다.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전 세계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인권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자유 사회가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우리 집안이 혼란에 빠진 것을 다른 모든 나라가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를 향한 미국의 관심이 힘을 잃고 있으며, 미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세계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1929년 취임한 허버트 후버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13명의 대통령을 기념하는 기관들이 참여했다.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등 공화당 출신과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민주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 재단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다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기념재단만 자세한 설명 없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재단이나 기념 도서관 등이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역시 성명에 불참했다.
대통령 역사학자인 미나 보스 호프스트라대 총장은 "그간 전직 대통령이 다 같이 모이는 것은 누군가의 장례식 정도였다"며 각각의 기념재단이 연합해 초당적인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성명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의 주도로 작성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지난 대선 트럼프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줄곧 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부시 센터 측은 이 성명이 "특정한 개인이나 후보, 선거진영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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