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역대 대통령재단, 트럼프 겨냥 공동성명 "예의를 지켜야지"

김필규 2023. 9. 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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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뉴햄프셔 윈덤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미 역대 대통령 기념 기관 13곳이 7일(현지시간) 낸 공동성명은 사실상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를 겨냥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선거철이든 아니든 정치적 담론에서 예의와 존중은 필수다."

미국 역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재단과 센터, 도서관 등 13개 기관이 7일(현지시간) '민주주의가 우리를 하나로 묶는다'는 제목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출신이 섞여 있는 역대 대통령 기념 기관들이 한 이슈에 대해 같은 목소리의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동성명에서 이들 기관은 미국을 "다양한 배경과 신념을 가진 나라"라며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게 민주주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토론과 의견 충돌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특징이고, 선거철이든 아니든 정치적 담론에서 예의와 존중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선출된 공직자는 모범을 보이면서, 국민을 위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직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성명이 누군가를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구체적 사례를 적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상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하고 4건의 형사 기소에도 또 출마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묘하게 비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기관은 현재 미국의 '집안싸움'이 국제 정세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했다.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전 세계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 인권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자유 사회가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지금 우리 집안이 혼란에 빠진 것을 다른 모든 나라가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를 향한 미국의 관심이 힘을 잃고 있으며, 미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세계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이번 공동성명에 참여한 미 역대 대통령 기념 기관 명단.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이번 공동성명에는 1929년 취임한 허버트 후버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13명의 대통령을 기념하는 기관들이 참여했다.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등 공화당 출신과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민주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 재단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다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기념재단만 자세한 설명 없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재단이나 기념 도서관 등이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역시 성명에 불참했다.

대통령 역사학자인 미나 보스 호프스트라대 총장은 "그간 전직 대통령이 다 같이 모이는 것은 누군가의 장례식 정도였다"며 각각의 기념재단이 연합해 초당적인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성명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의 주도로 작성됐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지난 대선 트럼프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줄곧 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부시 센터 측은 이 성명이 "특정한 개인이나 후보, 선거진영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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