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황당한 업무추진비 공개... '한동훈' 이름도 지울 건가?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정보공개센터 2023. 9. 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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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보가 알고 싶다] 식당명·공무원 성명은 지워... 그들이 비공개로 뭉갤 수 있는 이유

[정보공개센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법무부가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상호명 등을 가린 채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정보공개법과 판례를 비추어봤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해당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한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대표는 법무부가 심각한 비밀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지난 2022년 10월 27일 하승수 대표는 법무부에 "전 부서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사용한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 사용에 대해 카드사로부터 통보받은 카드사용내역 또는 청구서"를 정보공개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전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업무추진비에 대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행정심판을 거쳐 "정보공개여부를 다시 결정하라"는 부분인용 재결이 내려졌고, 하승수 대표는 2023년 6월 11에 법무부에 동일한 내용을 다시 정보공개청구했다. 이에 법무부는 정보를 공개했지만 '카드번호', '승인번호', '출납공무원', '음식점 상호', '업종구분'을 가리고 공개한 것이다.
 
 법무부가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 내역을 공개하며 식당명과 담당공무원의 이름 등을 까맣게 지웠다.
ⓒ 하승수
 
법무부가 까맣게 지운 정보들은 비공개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법무부는 출납공무원의 성명과 소속 등을 지웠지만,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비공개할 수 없다고 정보공개법에 명시되어 있다.(정보공개법 제9조 1항 6호 라목) 법무부장관의 성명이 한동훈이라는 것을 비공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식당명 역시 비공개할 수 없다. 이미 검찰 업무추진비 공개소송에서도 '음식점 상호가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음식점의 경영 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거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있기도 했다. (서울고등법원 2022누33776) 

비공개한 업무추진비 쓴 식당명, 홈페이지에선 공개 

업무추진비 정보는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지난 25년동안 시민들이 숱하게 공개를 요청해 왔던 내용이다.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미 수많은 기관들이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정보공개청구가 없어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뿐 아니라 전 부서의 식당명과 결제시간 등이 포함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다. 
 
 서울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시장 및 전 부서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상호명과 집행시간을 포함해 공개하고 있다.
ⓒ 서울시
 
행정부처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홈페이지에 업무추진비 공개 항목을 따로 두고 정기적으로 집행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법무부도 홈페이지에 업무추진비 집행 식당명을 공개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서는 일일이 까맣게 지운 식당명을 홈페이지에서는 버젓이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장관 등 부서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내역에서는 식당명을 가렸지만, 홈페이지에서는 공개하고 있다.
ⓒ 법무부
 
이처럼 법에도 비공개할 근거가 없고, 판례에서도 공개하라고 한 정보들을 비공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6월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뉴스타파가 검찰을 상대로 소송 끝에 받은 업무추진비 카드 영수증에서도 검찰이 식당 이름과 결제한 시간을 지운채 업무추진비 카드 영수증을 공개한 것에 이어 법무부도 업무추진비의 식당 이름과 업종 구분을 지운 것이다. 판결에 따라서도 비공개 해서는 안 되는 정보들을 법무부와 검찰이 반복적으로 비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고의적인 정보은폐와 알권리침해 처벌 가능해

현행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개해야 하는 정보들을 기관이 자의적으로 비공개를 해도 어떠한 제재조치를 받지 않는다. 정보공개에 대한 공공기관의 의무와 책임은 명시되어 있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에 대한 처벌 및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의도성을 가지고 정보를 은닉하거나 은폐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더라도 기관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023년 8월 23일 황운하 의원(대전 중구)은 "정보를 거짓으로 공개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식별할 수 없는 형태로 공개한 사람", "공개 청구된 정보가 공개대상인 것을 알면서 정보를 은닉할 목적으로 공개를 거부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리나라 정보공개법에 정보은폐에 대한 처벌조항을 넣기 위한 시도는 일찌감치 있었다. 2007년 행정자치부 및 법제처,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정보공개강화 태스크포스'는 공직자가 정보를 위변조하거나 허위 내용을 공개할 경우, 또 정보를 은닉할 목적으로 비공개할 경우 금고 또는 벌금 1천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도록 하는 개정안을 냈다.

2018년에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와 진선미 의원실이 함께 '거짓정보를 공개하거나 이를 지시한 사람, 청구 취소를 회유한 사람, 비공개불복절차를 방해하거나 지시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대해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정보은폐로 인한 국민의 알권리침해에 대해 처벌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주법에 따르면 정보공개법을 어긴 공직자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25개 이상의 주에서 민형사상 벌금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또 일부 주에서는 정보공개법을 어긴 공직자에 대해 구류나 징역 등 신체형도 부과할 수 있다.

법무부의 업무추진비 상호명 등 비공개 결정에 대해 뉴스타파,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지난 9월 6일 서울행정법원에 '음식점 상호' 등을 가리고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 내역을 공개한 법무부의 행위는 알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며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개해야 마땅한 정보를 소송까지 가서야 받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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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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