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 모형 꼭꼭 숨기는 이유…“기득권 지키기” [세수 재추계④]

장정욱 2023. 9. 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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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수년째 세수 오차율 두 자릿수
추계 모형 공개 요구에 “혼란만 자초”
전문가들 “공개해서 외부 의견 들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운용계획'과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가 세수 재추계 결과를 수일 내 발표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추계 모형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재부는 추계 모형을 공개할 경우 불필요한 혼란을 발생하고 정책 집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거부하고 있으나, 수년째 세수 오차율이 10%를 넘어서면서 여론은 기재부에 불리한 형국이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기재부 세수 오차율은 10%를 웃돌았다. 2021년에는 282조7400억원의 수입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344조800억원이 걷혔다. 세수 오차율이 17.8%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61조3400억원이다.

2022년에는 343억3800만원을 기대했으나 결산에서는 395조9400억원이 들어왔다. 13.3%의 세수 오차로, 액수는 52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 두 해 동안 예측에 실패한 금액만 세수만 114조원에 달한다.

올해 세수는 지난 7월까지 기준으로 예상치보다 43조4000억원가량 부족하다. 현 추세대로면 연말엔 최대 60조원까지 세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기재부 세수 예측이 수년째 크게 빗나가자 재정 전문가들은 세수 추계 모형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2월 기재부가 ‘세수오차 원인분석 및 세제 업무 개선방안’을 통해 추계 방식을 대폭 개선하고도 올해 다시 큰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요구는 힘을 얻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데이터나 모형, 알고리즘 등을 갖고 어떤 근거로 추정하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식”이라며 “그동안 추계를 잘했으면 몰라도 해마다 계속 틀리는데 추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해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기재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걸었다. 용 의원이 6월 세수추계모형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기재부가 거부하자 소송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소송 이후 10개월가량 흐른 지난달 24일 용 의원은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세수추계모형 정보공개소송의 1차 변론기일이 잡혔다. 기재부는 무려 초대형 로펌인 태평양에서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며 “나라살림이 어렵기에 긴축재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정보공개소송에 거액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로펌과 변호인단을 선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권 입맛 따라 맞춤형 추계 논란도

용 의원은 “공개돼야 공익이 커지는 세수추계 모형을 마치 중대 국가 안보 비밀이라도 되는 양 거액의 세금을 써서라도 숨기려는 옹졸한 대응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세수추계 모형 공개를 통한 개방적 개선 논의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기재부가 변호인단까지 선임하면서 추계 모형 공개를 막아서자 일부 전문가들은 지나친 기득권 지키기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기재부가 세수 추계 정보를 비공개하면서 정권 입맛에 따라 맞춤형 세수 예측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한 재정 전문가는 “기재부가 스스로 (세수 추계에) 외부 자문이 부족하다고 해놓고 정작 추계 모델(모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며 “결국 오직 기재부만 독점 정보를 가지고 세수를 추계하다 보니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까지 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세수추계모형은 시대 흐름에 맞게 계속 변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모형을 공개하면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해 수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추계 모형 공개 요구에 기재부는 불필요한 혼란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부적으로 재추계 작업은 늘 하는 것이고 (모형) 공개는 또 다른 문제”라며 비공개 의사를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를 추계하는 작업은 본래 재정당국의 고유 업무”라며 “다른 선진국에서도 모형을 공개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계라는 것 자체가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망하는 작업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오류가 커지기도 한다는 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며 “부족한 지점이 있다면 내외부 노력으로 보완해야지 모델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하면 각각 다른 전망이 나올 것이고, 결국 불필요한 논란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도 ‘갑론을박’…정확한 살림 예측 해법은 [세수 재추계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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