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인터뷰] 혹한기 견뎌낸 샌드박스 이필성 "MCN 기회 여전, 팬덤 사업 꿈"
정길준 2023. 9. 8. 07:00
경기 한파로 혹독한 다이어트
중국 사업도 과감히 접어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모색"
서브컬처·방구석 콘텐츠 대세
알고리즘은 결국 대중의 취향
"향후 IP·팬덤 사업 추진"
국내 1위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을 자부하는 샌드박스네트워크에게 지난 2022년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공격적으로 확장하던 신사업은 접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혹독한 다이어트를 견뎌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1인 미디어 시장은 먹구름 한 점 없이 앞날이 창창해보이기만 했다. 스마트폰과 셀카봉만 있으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 콘텐츠 공급이 수요에 맞먹을 정도로 폭증하고, 매니지먼트 사업을 전개하는 MCN을 향한 러브콜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황금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OTT와 숏폼의 등장으로 경쟁은 격화하고,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돈을 벌어보려는 찰나에 날개가 꺾여버렸다.
출혈 경쟁 지나 내실 다지기
이렇게 힘겨운 시기에도 이필성(37)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는 MCN이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가까스로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정신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도 눈빛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필성 대표는 "작년 경기가 경색되기 전까지만 해도 투심이 활발했지만 상황이 변해 핵심 사업만 남겼다"며 "회사의 크기를 줄이는 작업은 경영자로서 처음 경험했고 직원들도 혼란에 빠져 고통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해외 진출 교두보로 지난 2021년 호기롭게 설립했던 중국 법인도 정리했다. 직접 공략하는 대신 현지 파트너와 협업하는 체계로 바꿨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해 연간 151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54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업 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2배가량 확대됐다.
MCN의 경쟁력이나 다름없는 크리에이터의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탓이다. 한때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권 전세 비용까지 지원할 정도로 영입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MCN은 수익 모델이 광고 등으로 한정돼 확실한 먹거리가 없다는 지적에 직면해왔다.
이 대표는 "지금은 적자가 나지 않는 상황으로 잘 전환해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콘텐츠 시장에는 언제나 가능성과 도전적 과제가 공존해왔다는 설명이다. 1인 창작자 중심의 모바일 콘텐츠 소비 행태가 대세인 것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MCN은 항상 핫했고, 항상 어려웠고, 항상 치열했다. 규칙도 없고 구조도 확립되지 않아 더 힘들었다"며 "방송과 OTT, 숏폼까지 합하면 채널만 4배가 증가한 셈이다. 일부 정리가 되더라도 인플루언서 기반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 시장 전망은 밝다"고 했다.
MCN 핵심은 결국 '크리에이터'
샌드박스네트워크가 펀더멘털(기초체력) 유지를 위해 끝까지 놓지 않았던 양대 축은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사업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특히 300팀에 달하는 파트너 크리에이터들은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미래를 책임지는 무기다.
278만 구독자를 보유한 '슈카월드'는 재계 관계자들도 일요일 저녁마다 챙겨보는 경제 채널로 거듭났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곽튜브'는 김태호 PD의 예능에 출연한 것은 물론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 광고 모델까지 꿰찼다.
이 대표는 "광고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굿즈나 출판, IP(지식재산권) 라이선싱 등 다채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면서 편안한 창작 환경을 뒷받침하는 종합 MCN의 포지션을 확실히 잡았다"며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더 많은 광고를 수주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교류하면서 콘텐츠 범위를 넓히는 효과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수 취향을 저격한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친숙한 게임과 가족 등 카테고리를 넘어 서브컬처와 방구석 콘텐츠 등이 예상 밖의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치즈필름'은 평범한 남자 주인공이 다수 여성의 인기를 독차지한다는 다소 허황되지만 꿈같은 이야기를 다루며 조회수 100만은 가뿐히 뛰어넘는다.
드라마 콘텐츠인데도 영상 촬영에 쓰이는 카메라는 단 한 대다.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도 인기라 자막까지 제공한다.
이필성 대표는 "1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해 영상을 제작해 본 입장에서 허무함을 느낀 적이 있을 정도"라며 "직원들에게는 '크리에이터들을 이기려고 하지 말자'고 당부한다. 그들에게는 차원이 다른 동기와 창조력이 있고, 웬만한 마음가짐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보면 2년 뒤의 한국을 볼 수 있다고도 했다.
현실판 '오징어게임'을 재현하며 화제를 모은 구독자 1억8100만명의 '미스터 비스트'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콘텐츠가 숏폼과 B급 감성 등에 이은 대세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1인 미디어의 시작부터 MCN에 뛰어든 이 대표는 '간택을 받는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크리에이터들이 목매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간파했을까. 이제는 분석이 무의미한 지점에 도달했다고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 대표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알고리즘이 커지고 있다"며 "구글 엔지니어들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대중의 취향을 파악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알고리즘이 고도화할수록 결국 콘텐츠의 질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K팝이라는 선배 따라갈 것"
이처럼 콘텐츠라는 본질에 집중하면서 이 대표는 멀지 않은 미래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크리에이터 의존도가 높은 MCN이 계속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업계의 의구심을 보기 좋게 깨버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콘텐츠 IP와 인플루언서 팬덤 비즈니스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며 "MCN도 K팝이라는 선배를 따라갈 수 있는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화려한 조명을 받다가 무대의 불이 꺼진 순간은 괴로웠다"며 "성장과 속도는 물론 기업으로서 내실 있게 잘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위기를 겪어도 다시 좋아지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라고 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중국 사업도 과감히 접어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모색"
서브컬처·방구석 콘텐츠 대세
알고리즘은 결국 대중의 취향
"향후 IP·팬덤 사업 추진"
국내 1위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을 자부하는 샌드박스네트워크에게 지난 2022년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공격적으로 확장하던 신사업은 접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혹독한 다이어트를 견뎌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1인 미디어 시장은 먹구름 한 점 없이 앞날이 창창해보이기만 했다. 스마트폰과 셀카봉만 있으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에 콘텐츠 공급이 수요에 맞먹을 정도로 폭증하고, 매니지먼트 사업을 전개하는 MCN을 향한 러브콜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황금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OTT와 숏폼의 등장으로 경쟁은 격화하고,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돈을 벌어보려는 찰나에 날개가 꺾여버렸다.
출혈 경쟁 지나 내실 다지기
이렇게 힘겨운 시기에도 이필성(37)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는 MCN이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가까스로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정신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도 눈빛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필성 대표는 "작년 경기가 경색되기 전까지만 해도 투심이 활발했지만 상황이 변해 핵심 사업만 남겼다"며 "회사의 크기를 줄이는 작업은 경영자로서 처음 경험했고 직원들도 혼란에 빠져 고통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해외 진출 교두보로 지난 2021년 호기롭게 설립했던 중국 법인도 정리했다. 직접 공략하는 대신 현지 파트너와 협업하는 체계로 바꿨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해 연간 151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54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업 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2배가량 확대됐다.
MCN의 경쟁력이나 다름없는 크리에이터의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탓이다. 한때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권 전세 비용까지 지원할 정도로 영입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MCN은 수익 모델이 광고 등으로 한정돼 확실한 먹거리가 없다는 지적에 직면해왔다.
이 대표는 "지금은 적자가 나지 않는 상황으로 잘 전환해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대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콘텐츠 시장에는 언제나 가능성과 도전적 과제가 공존해왔다는 설명이다. 1인 창작자 중심의 모바일 콘텐츠 소비 행태가 대세인 것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MCN은 항상 핫했고, 항상 어려웠고, 항상 치열했다. 규칙도 없고 구조도 확립되지 않아 더 힘들었다"며 "방송과 OTT, 숏폼까지 합하면 채널만 4배가 증가한 셈이다. 일부 정리가 되더라도 인플루언서 기반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 시장 전망은 밝다"고 했다.
MCN 핵심은 결국 '크리에이터'
샌드박스네트워크가 펀더멘털(기초체력) 유지를 위해 끝까지 놓지 않았던 양대 축은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사업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특히 300팀에 달하는 파트너 크리에이터들은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미래를 책임지는 무기다.
278만 구독자를 보유한 '슈카월드'는 재계 관계자들도 일요일 저녁마다 챙겨보는 경제 채널로 거듭났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곽튜브'는 김태호 PD의 예능에 출연한 것은 물론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 광고 모델까지 꿰찼다.
이 대표는 "광고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굿즈나 출판, IP(지식재산권) 라이선싱 등 다채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면서 편안한 창작 환경을 뒷받침하는 종합 MCN의 포지션을 확실히 잡았다"며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더 많은 광고를 수주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교류하면서 콘텐츠 범위를 넓히는 효과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수 취향을 저격한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친숙한 게임과 가족 등 카테고리를 넘어 서브컬처와 방구석 콘텐츠 등이 예상 밖의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치즈필름'은 평범한 남자 주인공이 다수 여성의 인기를 독차지한다는 다소 허황되지만 꿈같은 이야기를 다루며 조회수 100만은 가뿐히 뛰어넘는다.
드라마 콘텐츠인데도 영상 촬영에 쓰이는 카메라는 단 한 대다.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도 인기라 자막까지 제공한다.
이필성 대표는 "1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해 영상을 제작해 본 입장에서 허무함을 느낀 적이 있을 정도"라며 "직원들에게는 '크리에이터들을 이기려고 하지 말자'고 당부한다. 그들에게는 차원이 다른 동기와 창조력이 있고, 웬만한 마음가짐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보면 2년 뒤의 한국을 볼 수 있다고도 했다.
현실판 '오징어게임'을 재현하며 화제를 모은 구독자 1억8100만명의 '미스터 비스트'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콘텐츠가 숏폼과 B급 감성 등에 이은 대세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1인 미디어의 시작부터 MCN에 뛰어든 이 대표는 '간택을 받는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크리에이터들이 목매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간파했을까. 이제는 분석이 무의미한 지점에 도달했다고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 대표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알고리즘이 커지고 있다"며 "구글 엔지니어들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대중의 취향을 파악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알고리즘이 고도화할수록 결국 콘텐츠의 질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K팝이라는 선배 따라갈 것"
이처럼 콘텐츠라는 본질에 집중하면서 이 대표는 멀지 않은 미래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크리에이터 의존도가 높은 MCN이 계속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업계의 의구심을 보기 좋게 깨버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콘텐츠 IP와 인플루언서 팬덤 비즈니스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며 "MCN도 K팝이라는 선배를 따라갈 수 있는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화려한 조명을 받다가 무대의 불이 꺼진 순간은 괴로웠다"며 "성장과 속도는 물론 기업으로서 내실 있게 잘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위기를 겪어도 다시 좋아지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라고 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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