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2대주주 노리는 롯데렌탈, 독과점·고가 인수 논란에 휩싸여
"높은 가격에 사들여" 비판…지분 매입에만 3543억~3684억원 들어
롯데렌탈이 쏘카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선다. 하지만 쏘카의 현재 주가 대비 40%나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입했다는 비판과 공유차 시장의 독과점이 강화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롯데렌탈은 지난달 31일 쏘카의 지분 17.9%를 SK㈜로부터 전량 매입하기로 했다. 매입하는 주식은 총 587만2450주다. 매입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1차 매입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연내 진행된다. 2차 매입은 내년 9월 완료 예정이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롯데렌탈은 쏘카의 지분 32.91%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로 등극한다.
롯데렌탈은 쏘카 회원 1300만명을 장기렌터카 잠재 고객으로 기대하고 있다. 쏘카가 보유한 모두의 주차장, 일레클 등 데이터 기반 차량 이용 부가 서비스 제휴로 고객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 매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상장 전이었던 쏘카의 지분 13.29%를 1746억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달 22일에는 풋옵션 계약에 따라 지분 3.2%를 475억원에 확보했다.
롯데렌탈 주주들은 높은 인수가에 불만이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3월 쏘카 지분을 단순 계산으로 1주당 4만5172원에 취득했다. 이후 쏘카는 같은 해 8월 공모가 2만80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공모가 희망범위를 3만4000~4만5000원으로 제시했다가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공모가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롯데렌탈이 산 금액 대비 38%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풋옵션으로 지분 3.2%를 매입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2일 IMM PE 산하 특수목적회사 헤르메스투유한회는 쏘카 보유 지분 7.39% 중 절반인 3.70%(121만1898주)를 풋옵션 행사를 통해 쏘카 최대주주 측인 유한책임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지난 6월 기준 쏘카 지분율 8.46%)에 매각했다. 금액으로는 475억원이다.
이 지분은 롯데렌탈로 넘어갔다.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와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쏘카 상장 후 주식 보호예수 기간 만료일로부터 6개월 안에 발행회사 주식의 최대 5%를 롯데렌탈에 매수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롯데렌탈은 주당 4만5172원, 총 475억원에 쏘카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달 22일 기준 쏘카의 종가는 1만2820원이었다.
이번에 SK로부터 사들이는 지분 가격도 만만찮다. 1차 매입 금액은 661억원(주당 2만2500원)이다. 공모가 대비로는 19.64% 낮지만 지난달 31일 종가인 1만6110원 대비로는 39.66% 높은 금액이다(6일 종가는 1만3180원). 2차는 3개월 평균 주가로 매입할 예정이다. 최저 661억, 최대 802억원이다. 롯데렌탈이 지분 매입에만 3543억~3684억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주주들의 비판을 넘어선다 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남았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는 경우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독과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쏘카가 현대카드 결제금액을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 국내 카셰어링의 시장에서 1위는 쏘카로 점유율이 65.7%에 이른다. 이어 그린카 29.4%, 딜카 5.0%였다. 하지만 지난해 딜카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올해 반기 기준 점유율은 쏘카 83.38%, 그린카 16.62%가 됐다. 롯데렌탈은 그린카의 지분 84.71%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지분율 32.91%로 쏘카 2대 주주에 오른다. 카셰어링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롯데렌탈은 공정위의 심사는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카셰어링 시장을 플랫폼이 있는 단기 렌터카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쏘카도 일간 단위에서 월간 단위 상품까지 내놓는 등 사실상 렌터카와 거의 동일한 비스니스 모델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롯데렌탈은 2013년 그린카를 인수했다. 인수 초기에는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2021년 그린카의 영업수익은 635억원이었지만 지난해 755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7억원에서 영업손실 4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은 적자다. 점유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롯데렌탈은 쏘카가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기술과 자사가 가지고 있는 차량 구매력이나 중고차 경매장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쏘카가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 차량을 배차하거나 사고율을 낮추는 방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여기에 1300만 쏘카 회원 중 20~30대가 많은데 나중에 롯데렌탈의 장기 렌터카 회원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는 쏘카의 의사가 롯데렌탈과의 시너지 효과 구현 여부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의 목표는 쏘카의 우호적인 협업이 전제돼야 한다"라며 "쏘카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사회 내 영향력을 확대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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