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진역할론'…계속되는 위기론 속 "갈등 조화롭게 조정" 기대감
나경원 "'극단 정치' 조정할 중진 있어야…
지역 굵직한 현안도 중진이 해결하기 좋을 것"
당내서도 "새 이미지 갖춘 중진 온다면 환영"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진 의원들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위기 지역으로 분류되는 수도권뿐 아니라 험지로 평가받는 곳에서도 이름 있는 중진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일각에선 당내에서 제기되는 인물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 새로운 인재뿐 아니라 경륜과 경험을 가진 중진이라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는 만큼 이번 총선에서 중진들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7일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앞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나 전 원내대표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이미 지나간 얼굴"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그런 건 국민들께서 판단해주실 것"이라며 "공천에서 중진도 있어야 하고 초선도 있어야 하고 신인도 있어야 한다. 노장의 조화가 필요하고 조화롭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 전 원내대표는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 극단적인 목소리만 보인다. 물론 어떤 사안은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지만, 그런 사안은 최소화하고 더 조화롭게 갈등을 조정하는 중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국회에 다시 가면 정치가 국민들에게 더 사랑받는, 여야를 떠나 정치 자체가 신뢰받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지역의 굵직한 현안들은 역시 여당 중진이 하면 훨씬 해결하기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중진 의원'들의 역할론은 낯선 주장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9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던 정진석 의원은 첫 일성으로 "여야 중진협의체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격 가동할 것을 제안한다"며 "우리 당은 적극 참여하겠다. 야당과 함께 민생 협치 국회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중진협의체는 여야 중진 의원들의 조직으로 국회가 여야 간 의견 대립 등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이를 중재·해소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은 만찬을 가지면서 협치를 위해 여야 중진협의체 출범에 입을 모았지만, 직전에 8·28 전당대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대표가 '패싱' 당하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일부 강성 의원들의 반발에 출범이 가로막힌 바 있다.
다만 중진 의원들의 역할론이 부상하는 이유는 국회 내 갈등 해결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인물난'인 만큼 중진들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단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진 역할론'이 가장 크게 거론되고 있는 곳은 수도권이다. 상대적 열세인 지역구에 인지도가 있는 나 전 원내대표, 원 장관, 정병국 전 의원 등의 후보를 출마시킨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당협위원장을 회복한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서울 강서을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전직 3선인 김영우 전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통일부 장관직을 끝내고 여의도로 돌아온 권영세 의원도 주목받는 중진이다. 권 의원은 영등포을에서 내리 3선을 한 뒤 19·20대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21대 총선에서 용산에서 당선되며 국회로 복귀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은 권 의원이 당의 수도권 선거를 안정감 있게 이끄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광역단체장 지위에 있어 총선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렵지만, 간접적인 '역할'에 대한 당 안팎의 기대도 크다. 총선에서 열세로 여겨지는 서울에서 오 시장이 각종 정책으로 당을 뒷받침해줄 경우 여권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단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오 시장은 오는 10·11 구청장 보궐선거가 예정된 서울 강서구의 화곡1동 '모아타운' 현장을 지난 4일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또다른 잠재적 대권주자인 안철수 의원 역시 경기 분당갑에 새로이 터를 잡은 만큼, 총선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증진의 경쟁력을 필요로 하는 지역은 수도권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은 지난 6일 "내년 총선에서 제주을 지역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공천해 달라고 중앙당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보면 제주는 상대적 험지다. 중량급 정치인들은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어려운 지역에서 깃발을 들어줌으로써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힘이 나지 않겠느냐"며 "후보들의 인지도가 약하니 인지도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름이 안 알려진 사람이 온다면 그것은 총선에 부담이 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에서 출마를 선언한 중진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보수정당의 호남포기전략을 포기해달라"는 일성으로 유명한 이정현 전 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역구에서 유일하게 재선(비례대표 포함 3선)을 하고 보수정당 대표까지 맡은 인물인 만큼 험지인 호남 선거를 이끌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중진들의 역할에 대한 당내의 기대도 크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인물론 인물론 얘기를 하는데 새롭고 참신한 새 사람만이 인물이 아니다"라며 "경륜을 갖춘 중진들이 새 이미지를 갖춰 돌아온다면 인지도와 혁신성에서 눈길을 끌 수 있는데 이런 분들도 인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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