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전] 유럽에서 잘 나가는 미드필더들, 클린스만 손에 들어가면 '무색무취'로 전락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결코 이기적인 선수가 아니라 팀 플레이가 뛰어난 선수들인데도, 한국의 측면 미드필더 이재성과 홍현석은 자기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8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가진 한국이 웨일스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3무 2패로 아직 승리가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갈수록 화려해지는 한국 선수들 중 자신이 선호하는 4-4-2 포메이션에 맞는 멤버를 골라 선발에 배치했다. 4-2-3-1로 볼 수 있지만 이재성과 홍현석이 측면 자원에 가깝고, 손흥민이 프리롤을 맡은 섀도 스트라이커처럼 뛰었다. 이재성과 홍현석은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덜르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측면에 공수 밸런스가 좋은 선수를 선호하고 더 공격적인 윙어는 교체로만 활용했다는 점에서 4-4-2 식의 운용이었다.

이재성과 홍현석은 팀 플레이도 뛰어나고, 이번 시즌 초반 컨디션도 좋은 편이다. 독일 마인츠05의 이재성은 이미 분데스리가에서 시즌 첫 골을 넣었으며 소속팀 경기를 빠짐 없이 소화해 왔다. 벨기에 헨트의 홍현석은 리그 내 강호인 클뤼프브뤼허 상대로 멀티골을 넣어 승리를 이끄는가 하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서도 득점하는 등 시즌 초반이지만 벌써 3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공수 밸런스가 좋다는 건 한 가지 분야에 특출한 장점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한데, 더욱 전술적 활용이 필요한 선수들을 클린스만 감독은 방목하는 듯 보였다. 측면에서 혼자 힘으로 돌파할 만한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이들은 동료 미드필더와 공을 주고받으면서 전진하고, 패스를 통해 경기를 푼 뒤 문전 침투로 득점 기회를 노려야 한다. 수비할 때도 일대일로 공을 마구 빼앗아오는 태클 전문가가 아니라 협력수비에 능하다. 하지만 한국의 중원 조직력이 미흡한 상태에서 장점을 보이기 어려웠다.

한국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오래 주전이었던 정우영이 빠지면서 대체자를 물색 중이다. 박용우가 클린스만 감독 아래서 중점 기용되기 시작한 뒤로 팀 경기력이 계속 나빴기 때문에 기량을 제대로 검증하기 힘들었다. 황인범은 다행히 뛸 수 있는 몸이었지만 최근 이적을 준비하느라 프로 경기를 소화한지 오래 된 상태다. 이재성, 홍현석의 출장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짐을 덜어주는 의미도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