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이폰 금지령 확대’에 애플, 또 주가 급락...시총 2천억 증발(종합)

뉴욕=조슬기나 2023. 9. 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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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이폰 출시를 앞둔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에 중국발 악재가 터졌다. 중국에서 ‘아이폰 금지령’ 관련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며 애플의 주가는 이틀 연속 큰 폭 하락했다. 이틀간 증발한 시총 규모만 약 2000억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전장 대비 2.92% 내린 주당 177.56달러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아이폰 금지령 보도가 처음 나온 전날 4%가까이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틀간 낙폭만 약 6%로, 시총 2000억달러 상당이 증발했다. 올해 사상 최초로 3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의 시총은 이날 2조7760억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의 약세가 긴축 경계감과 맞물리며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1%에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애플의 주가가 신형 아이폰 출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틀 연속 급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애플의 주가는 신규 아이폰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강세를 나타냈으나 이번에는 중국발 악재가 민감하게 작용했다. 중국 당국이 일부 부서에 내린 아이폰 금지령을 국영 기업 등으로 확대하려고 한다는 추가 외신 보도가 나온 데 따른 여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복수의 중국의 공공기관이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직장에 가져오지 말 것을 지시했고, 당국이 이러한 아이폰 금지령을 국영 기업과 다른 공공기관으로 광범위하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정부기관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아이폰 금지령을 첫 보도한 데 이어, 국영 기업, 공공기관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전한 것이다.

당장 오는 12일 신형 아이폰15 출시를 앞둔 애플은 비상이 걸렸다. 애플에 있어 중국은 글로벌 생산기지인 동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현재 매출 중 약 5분의 1을 중국에서 창출하고 있다. 또한 아이폰 시리즈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2분기 출하량 기준으로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애플의 안방인 미국 시장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당국이 이번 조치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많은 기관에 조치가 도입될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직장 내 금지’ 수준에 그칠지라도 중국의 특성상 이번 조치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분석가는 투자자 메모를 통해 "공무원 아이폰 금지령으로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최대 5%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아이폰 대신 중국 기업의 전자제품을 사용하라는 신호가 보내진다면 애플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중국 정부가 국내 기술 사용을 장려하려는 광범위한 조치의 일부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DA 데이비슨의 톰 포르트 분석가 역시 "애플의 중국 내 판매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이는 해외 기업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중국 당국의 행보인 동시에, 기술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정부에 대한 일종의 보복으로 해석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최근 베이징을 방문했음에도 양국 간 무역관계 해빙 시그널에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제재를 확대했고, 중국 역시 이에 맞서 마이크론 등 미 기업 제재에 나선 상태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애플의 성장스토리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제재가 강화될 경우 중국에 의존하는 다른 미국 빅테크에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일부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중국에서 아이폰 금지령 소식이 나온 시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최근 미국의 첨단기술 제재에도 불구하고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새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왐시 모한 분석가는 화웨이가 최근 5G 스마트폰을 출시했음을 고려할 때 아이폰에 대한 "잠재적 금지 시기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간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했던 화웨이가 메이트 60 프로를 아이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면서, 이제 중국인들에게도 아이폰의 대안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이트 60 프로의 가격은 960달러부터 시작해,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4 프로의 999달러보다도 저렴하다. 이미 지난해 중국 코로나19 봉쇄정책에 따른 생산차질을 겪었던 애플으로선 또 다른 중국발 시험대를 만난 셈이다. 투자회사 오펜하이머의 마틴 양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 조치와 새로운 화웨이 폰은 아이폰에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며 화웨이로 돌아서는 중국 소비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의 주가가 당분간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가에서는 주당 150달러 전망도 제기됐다. 배런스는 "중국의 아이폰 금지 조치가 확대될 경우 신형 아이폰 출시 이후에도 오랜기간 애플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매체는 2016년 이후 6월 분기 실적 발표와 9월 신형 아이폰 발표 기간 사이 애플의 주가가 평균 8% 상승세를 보여왔다는 시티의 분석을 인용해 "올해 역사가 반복되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고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시장이 과잉반응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웨드부시의 다니엘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금지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내년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에 미치는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이폰15가 오히려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며 중국발 악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이브스는 애플에 대한 목표주가 230달러도 그대로 유지했다. 에버코어ISI 역시 투자자 메모를 통해 "이미 정부 관료들은 애플 제품을 기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여파의 정도는 불확실하다"면서 "재무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일종의 헤드라인에 더 가깝다"고 목표주가 210달러를 재확인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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