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작곡가 최재혁 “전통에 반기 드는 것이 클래식 역사”
자작곡 ‘오르간 협주곡’ 직접 지휘로 세계 초연
최재혁(29)은 한국의 차세대 작곡가 겸 지휘자로 주목받는 아티스트다. 23살이던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최연소 1위를 차지한 그는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제네바 챔버 오케스트라, 파커 콰르텟, 디베르티멘토 앙상블 등에 의해 작품들이 위촉 및 초연된 바 있다. 또한, 2018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거장 지휘자 사이먼 래틀, 외트뵈시 페테르와 함께 슈토크하우젠의 ‘그루펜’을 공동 지휘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그루펜’은 3개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3명이 동시에 무대에 올라가는 작품이다. 당시 마티아스 핀처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음악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못하게 되면서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에서 보조 지휘자를 하던 그가 대신 포디움에 올랐다.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 학사와 석사과정을 거쳐 바렌보임-사이드 아카데미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을 졸업한 그는 현재 미국, 한국, 독일을 중심으로 작곡과 지휘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2015년 줄리아드 음악원 동창생과 만든 실내악단 ‘앙상블블랭크’의 예술감독을 맡아 꾸준히 연주 활동도 하고 있다. 10월 6일 롯데콘서트홀 기획 프로그램 ‘매일 클래식’의 주인공으로 최재혁과 그가 이끄는 앙상블블랭크가 등장한다.
매일클래식은 롯데콘서트홀이 올해 분기별로 총 4회 선보이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10월에 열리는 세 번째 무대의 주제는 ‘오늘의 음악’이다. 이번 무대에서 앙상블블랭크는 찰스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을 비롯해 베른하르트 갠더의 ‘위대한 영혼들’, 리게티 죄르지의 ‘바이올린 협주곡’, 스티브 라이히의 ‘8개의 선’ 등 20세기의 대표적 현대음악 작품들을 연주한다. 더불어 최재혁의 ‘오르간 협주곡’(앙상블 버전)이 이날 최재혁의 지휘와 오르가니스트 최규미의 협연으로 세계 초연된다.
최재혁은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어릴 때 바이올린을 배웠다. 유스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면서 악보를 쓴 작곡가와 그것을 연주하도록 지시하는 지휘자에 관심이 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곡과 지휘를 하게 된 것 같다”면서 “작곡가로서 현대 클래식 음악은 전통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곡을 만드는 게 클래식 음악의 역사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최재혁이 작곡한 12분짜리 ‘오르간 협주곡’의 세계 초연 무대다. 친숙한 악기가 아닌 오르간을 소재로 한 협주곡을 작곡하는 과정은 그에게도 쉽지 않아서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오르간은 한두 번 소리를 내보긴 했지만,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처럼 옆에 두고 자주 만질 수 있는 악기는 아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가능성을 상상하며 작업하는 과정이 재밌으면서도 어려웠다”면서 “뉴욕에서 살고 있을 때 모마(MoMA, 뉴욕현대미술관)의 마르코스 그레고리안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하게 됐다. 가뭄으로 땅이 갈라진 것 같은 울퉁불퉁한 질감의 그림을 보며 과감하면서 속도감 있는 음악을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부터 이번 곡을 고민했는데, 첫 페이지를 쓴 이후 한 대여섯 번 정도 첫 페이지가 바뀐 것 같다. 그동안 다른 위촉 곡을 여러 편 썼지만, 이 곡은 순수하게 제가 쓰고 싶어서 썼다. 2021년부터 첫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이제 뭔가 이렇게 매듭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무대는 자작곡을 직접 초연 지휘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작곡가로서 주로 위촉을 받다보니 규모 있는 곡은 다른 지휘자가 맡고, 자신은 작은 규모의 곡을 지휘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작곡과 지휘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작곡이 혼자 상상을 펼치는 작업이라면, 지휘는 많은 사람과 어울리면서 호흡하는 작업이다. 극과 극이지만 둘 다 손끝에서 소리가 나온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둘 다 매우 아름답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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