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전쟁도 무색…국내 최대 주거형 재활시설도 문 닫았다

김민중, 남수현 2023. 9.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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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5일 마약류 중독자 주거형 재활시설인 경기도다르크의 임상현 센터장이 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마약류 전과가 9건 있지만, 이후 재활에 성공해 재활시설 운영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마약류 중독자 주거형 재활시설인 ‘경기도다르크’는 지난 1일 기준 입소한 중독자 15명을 모두 퇴소시켜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됐다. 4월 남양주시 퇴계원에 있던 시설을 인근 호평동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남양주시와 법적 분쟁에 휘말린 탓이다. 정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정신재활시설을 운영하고 중독자들을 수용해, 정신건강복지법을 위반했다. 남양주시는 이 단체를 6월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7월 원상복구 명령도 내렸다. 경기도다르크는 이에 반발해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했지만, 지난 1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7일까지 원상복구가 되지 않으면 남양주시는 폐쇄 등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다시 운영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경기도다르크가 지난달 16일 남양주시의 요구대로 직원 5명 이상을 갖추고 정신재활시설로 정식 신고를 했지만, 남양주시 검토 결과 수리 처리가 돼야 사업재개가 가능하다. 주민들의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역시 넘어야 할 장벽이다. 경기도다르크가 새로 장만하려 했던 호평동 시설은 반경 250m가량 주변으로 초·중·고등학교가 있다. 이에 상당수 주민은 경기도다르크를 유해시설로 인식하고 “못 들어오게 하라”는 민원을 내고 있다.
차준홍 기자


“꼭 필요하다”…그러나 갈곳 없는 주거형 재활시설


마약 중독자들의 사회 적응을 위해 필요한 ‘주거형 재활시설’이 위기에 처했다. 국내에 관련 시설은 경기도다르크와 더불어 인천·대구·김해다르크 등 총 4곳뿐이다. 전부 정부·지자체 관리망에서 제외돼 있는 순수 민간 시설이다. 사실상 주거형 재활시설의 불모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예방교육→단속→처벌→치료→재활’ 전단계에 걸쳐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정작 재활 단계에서의 구멍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위기를 맞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정부 가이드 없이 민간이 재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김유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전문성이 부족하니 경기도다르크처럼 현행법을 어기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다르크를 뺀 나머지 주거형 재활시설들은 더 영세하다. 인천·대구·김해다르크 등 3곳은 수용인원이 각각 최대 5명 안팎에 그친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재활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지금 보다는 상황이 나았을 것이라는 게 김 연구위원의 시각이다.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예산 지원 역시 전무하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마약류 중독자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신재활시설’은 전국에 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님비현상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주거형 시설이 전무한 것도 님비 현상 영향이 크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민간 영역에 있는 4곳의 다르크 외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중독재활센터 3곳(서울·부산·대전)도 있지만, 주거형이 아니고 간헐적 상담 정도만 이뤄지고 있다. 한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2002년 우리도 주거형 시설을 세운 적 있지만, 주민 반발 등이 커 2017년 접었다”고 하소연했다.

2020년 7월 국내 최대 마약류 중독자 재활 시설인 경기도다르크에서 입소자 가족 초청 모임이 열렸다. 경기도 다르크


전문가들 “정부 차원 지원과 체계적 관리 필요”


반면에 전문가들은 주거형 재활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이나래 인천참사랑병원 연구팀장 등이 낸 논문
「마약중독자들의 우울감 및 갈망감·약물심각도 관계에서 사회적지지의 매개효과」

에선 “마약류 중독자들은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약물을 원하는 갈망감 사이에서 지속적인 심리 내적 갈등을 보인다”며 “재활공동체가 마약중독자들의 일상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중독재활센터장도 “주거형 재활 시설은 반드시 필요하고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 주거형 재활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퇴치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경기도다르크 등의 모태 격인 다르크가 90여 개 존재하고, 총 입소자 수는 1500여 명에 달한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지원, 재활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포용력 등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다르크의 이사를 맡고 있는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일단 있는 주거형 시설을 체계적인 관리망 안에 들여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 교수는 “재활 시설을 혐오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더불어 존재하게 하여 중독자들을 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김민중·남수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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