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많이 읽어주라고? '세 딸 명문대' 엄마 생각은 달랐다
세 딸 명문대 보낸 엄마의 ‘책육아’
■ hello! Parents
「 별다른 사교육 없이 세 딸 모두 명문대에 보냈습니다. 학원에서 준비해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영재교육원도 다 합격했었다네요. 엄마는 자기가 소위 ‘비수도권대 출신’이라고 합니다. 무슨 비결이 있었을까요? 책입니다. 그런데 무조건 많이 읽어주고 하는 그런 독서가 아니랍니다. 책 속 활자가 아이들의 몸에 붙어 신나는 놀이가 돼야 한답니다. 비결을 들어 보시죠.
」
“‘책육아’, 너무 좋죠. 그런데 마냥 읽어주기만 해서는 안 돼요. 아이가 책을 매개로 경험하고, 놀고, 소통하는 게 핵심입니다.”
세 딸을 별다른 사교육 없이 소위 명문대에 보낸 서안정(48) 작가에게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책’을 꼽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어휘력을 기반으로 이해력과 사고력·문제해결력·창의력이 향상되는데, 어휘력을 키우는 데 독서만큼 효과적인 도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첫째는 원광대 한의대, 둘째는 포항공대, 셋째는 고려대에 재학 중이다. 학원에서 따로 준비해도 떨어진다는 영재교육원을 세 딸 모두 합격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양육 노하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썼고, 유아교육 전문 사이트에서 20년 넘게 육아 멘토로 활동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준다고 모두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크는 것도,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25일 서 작가를 만나 책 좋아하는 아이 만드는 법을 물었다. 그는 “독서는 눈과 귀가 아니라 온몸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 온몸으로 독서를 하라는 게 무슨 뜻인가.
A : “영유아 때는 책 내용을 흉내내거나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날씨 관련 책을 읽었으면 비 오는 날 비를 맞아 보고, ‘토끼가 깡충깡충 뛰어간다’는 문장이 있으면 두 손으로 토끼 귀 모양을 만들어서 뛰는 모습을 흉내내 보고, 동물원에 있는 토끼도 구경하러 간다. 『지구별 문화여행』 전집을 읽다가 인도인들처럼 커다란 식물 위에 밥과 반찬을 담아 손을 사용해 먹어 본 적도 있다. 이게 바로 ‘책놀이’다. 이때 초점을 사고력·이해력·표현력을 키우는 데 맞춰서는 안 된다. 책을 통해 아이와 양육자가 즐거운 경험을 하고 추억을 쌓는 게 핵심이다. 그래야 아이가 책을 더 좋아하고 즐길 수 있다. 책을 좋아하면 읽게 되고, 이 과정에서 어휘력·문해력·사고력 등은 저절로 따라오는 거다. 양육자 욕심에 아이가 원하지 않는 활동을 억지로 시킬 필요는 없다. 양육자 혼자 독후활동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책을 싫어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
서 작가는 “책으로 아이와 즐겁게 소통하려면 주의할 게 있다”고 당부했다. 정답이 있는 ‘닫힌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Q : 왜 그런가.
A : “정답이 있는 질문으로는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키울 수 없다. 정답이 없는 ‘열린 질문’을 해야 한다. 책을 다 읽은 뒤 ‘주인공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묻는 식이다. ‘백설공주’를 예로 들면 ‘겨울이 아니라 봄이나 여름, 가을에 태어났으면 공주 이름을 뭐라고 지으면 좋을까?’ ‘눈처럼 하얀 건 또 뭐가 있어?’ 같은 질문은 정답이 없다. 이런 질문에 답하면서 아이는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정답이 없으니 양육자는 아이가 뭐라고 대답해도 칭찬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다.”
책육아에서 중요한 일은 또 있다. 바로 책을 고르는 일이다.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책을 잘만 골라도 절반은 성공이다. 하지만 양질의 책을 선별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Q : 전집과 단행본, 어떤 게 좋은가.
A : “정답은 없다. 아이 성향과 기질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그림책 전집을 사줬는데, 아이가 다른 책은 안 보고 ‘자동차’ 관련 책만 본다면 양육자는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알게 된 거니 관련 주제를 중심에 두고 확장해 나가면 된다. 자동차 종류에서 오토바이·비행기·배·우주선 같은 탈것과 구조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자동차 역사에서 한국·세계 역사로 뻗어 나갈 수도 있다. 독서를 즐기지 않는 아이도 좋아하는 분야의 책에는 관심을 보인다. 그렇게 한 단계씩 넓혀 나가면 된다. 세상에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재밌게 읽을 책을 아직 못 찾은 것뿐이다. 독서에 늦은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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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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