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금만 내요" 非친족 가구 50만…피 안 섞인 그들 사는 법
#서울살이 6개월 차인 노무사 옥모(30)씨는 서울 관악구의 원룸에서 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선택지에 없었지만 서울 집값이 상상 이상이었다. 사정을 들은 대학 친구가 자리 잡힐 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자고 제안했다. 옥씨는 “방을 구할 때까지만 머물자는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눌러앉게 됐다”며 “친구가 5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는 대신 나는 공과금과 관리비 명목으로 20만원 정도를 낸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집을 마련했을 때를 가정한다면 한 달에 약 40만원 정도 절약하고 있다"며 “식비나 배달비도 아낄 수 있어 라이프스타일이 맞으면 좋은 점이 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비친족 가구 수 50만 돌파…다양한 가족형태↑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비친족 가구 수는 1년 전(47만2660가구)보다 8.7% 늘어난 51만3889가구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비친족 가구는 8촌 이내 친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5인 이하 가구를 말한다. 경제적 이유로 동거하는 친구나 동료,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비혼 연인, 동성 부부 등이 포함된다.
1인 가구 증가·비혼 동거 인식 개선 등 영향
비친족 가구 수의 증가는 1인 가구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서영 통계청 인구총조사과 과장은 “학업이나 직장을 이유로 다인 가구에서 분화돼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 경제적 절감 등을 이유로 비친족 가구 구성도 덩달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원) 수는 2021년 처음으로 700만명을 넘어섰고, 2022년에는 750만2350명을 기록했다.
비혼 동거에 대한 인식이 관대해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19~34세)의 인식 변화’ 보고서를 보면 작년 5월 기준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 비율은 36.4%로 10년 전(56.5%)보다 20.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80.9%로 10년 전보다 19.1%포인트 증가했다.
전문가 “실질적 보호자 역할 할 권리 줘야”
이에 시대적 흐름에 맞춰 ‘가족’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는 법적 보호자로 인정받거나 각종 세제 혜택 대상자가 되려면 혼인·혈연·입양 등 한정된 범위의 '가족'에 들어가야 한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향후 돌봄 측면을 고려하면 가족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1인 가구로 살고 있거나 비혼을 결심했다고 해도 나중에 나이 들어서는 혼자 살지 않겠다는 인식이 높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공동체를 이뤄서 살겠다는 건데 서로가 보호자 역할을 해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가족 돌봄이나 육아 휴직 등을 쓰려고 해도 한국은 법률로 증명할 수 있는 관계만을 인정한다. 미국의 경우 '같은 집에 사는 가구 구성원' 심지어는 '내가 가족으로 여기는 자'도 인정하고 있다”라며 “우리도 실질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권한을 주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가족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최근 혈연 및 혼인 관계가 아니어도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안이 '동성혼 법제화'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허 연구관은 “이 제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 중 동성 부부는 매우 소수다. 자립준비 청년 등 이 제도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동성혼 법제화라는 프레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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