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가 이슈 덮는 자극적 팩트들… 언론이 다잡는 역할해야
국민일보 독자위원회는 5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올해 다섯 번째 회의를 열었다. 한헌수(숭실사이버대 총장) 위원장과 권순우(한국자영업연구원장) 남재작(한국정밀연구소장) 조정희(법률사무소 청한 대표변호사) 위원, 송세영(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 간사가 참석했다. ‘묻지마 범죄’, 기후변화 대응,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 문제 등에 대한 국민일보의 보도와 논조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한헌수 위원장=최근 2개월간 역대급 뉴스가 많았다. 정치·사회·국제 뉴스뿐만 아니라 초전도체를 다룬 과학 뉴스까지 세계적 이슈가 될 정도였다.
△남재작 위원=이슈가 이슈를 덮는 느낌이다. 팩트만 따라가는 것도 벅찰 정도다. 언론도 어떤 이슈에 더 집중할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조정희 위원=흉악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국민일보뿐만 아니라 대부분 언론이 사실관계 중심으로 보도했는데 사실 자체가 자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국민은 불안해하면서 우리 사회 규범이 흔들리는 것 아닌가 걱정한다. 언론이 이를 다잡아주고 심리적 안정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권순우 위원=‘묻지마 테러’로 은둔청년 문제에도 관심이 쏠렸다. 8월 11일자에 ‘고립·은둔 청년, 결혼은 체념해도 일자리 열망 강하다’ 기사는 시의적절했다. 경제섹션에 실렸는데 1면 톱으로 올릴만한 기사였다. 8월 5일자 커버스토리로 다룬 무급인턴 기사도 청년노동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우는 좋은 기사였다.
△조 위원=‘혐오발전소’ 기획을 인상 깊게 봤는데 그때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서 최근 범죄에서 드러난 혐오 문제도 기획취재를 하면 좋겠다. 시회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혐오 감정을 줄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남 위원=8월 28일자에 ESG 공시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기업들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가 있었다. ESG는 기후변화 대응이나 산업구조 재편과도 관련 있는 중요한 이슈다. 더 심층적으로 다뤄주면 좋겠다.
△한 위원장=정전협정 70주년 보도는 다소 아쉬웠다.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만큼 정전협정 70주년의 의미 등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하고 평화의 측면에서도 다뤘으면 좋았겠다.
△조 위원=‘인구가 미래다’는 참 좋은 기획이다. 최근 이민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개방적 입장에서 다룬 것도 긍정적으로 본다. 아쉬운 점은 인구 문제의 최우선 과제가 국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일 텐데 이 부분의 비중이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 현실을 더 많이 다루고 개선방향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권 위원=저출산 대책만으로는 국민연금 고갈이나 경제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바로 출산율을 높여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30년은 걸린다. 이제 핵심은 인구유입정책이다. 좋은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구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소비도 하고 세금도 낸다. 이민청 설치가 시급하다. 국가적 아젠다로 다뤄야 한다.
△한 위원장=사건과 이슈가 너무 많아서 금세 잊힌다는 점이 걱정된다. ‘사건 그 후’를 다루는 기획이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LH 순살아파트 사건은 전 국민이 경악할만한 뉴스인데 벌써 잊히고 있다. 중요한 이슈가 묻히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보도가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
△권 위원=언론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 중에 순화했으면 하는 게 많다. 특히 스포츠 기사에서 표현이 너무 전투적이고 자극적이다. 이런 표현이 쌓이면 사회가 거칠어지고 날카로워지고 폭력적으로 된다. 우리 사회를 각박하게 만드는 데 언론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핵심과 정곡을 찌르는 좋은 제목도 많았다. 한여름에도 롱부츠 유행한다는 기사의 ‘철없는 패션’, 편의점 기사에서 다다익선 대신 ‘대대익선’, ‘밀린 국책사업 또 밀린 주민들’, ‘경기바닥 다진다더니 다시 바닥 치나’ 같은 제목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재치있게 정곡을 찔렀다.
△한 위원장=최근 많이 나온 뉴스 중의 하나가 중국경제 위기 문제다. 중국이 어렵다, 무너질 수 있다는 보도만으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중국경제가 붕괴했을 때 한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한국의 중국 수출 비중이 높아서 타격이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각 분야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분석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정치권도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제대로 고민해볼 것 같다.
△남 위원=이슈를 따라가기 바쁘다 보니 미래를 내다보는 기사를 찾기 힘들다. ESG, 기후변화, 식량위기, 산업 변화 등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가 많다. 기후변화를 예로 들면 탄소감축 논의는 이미 기업들에게 넘어가 있다. 이제는 적응이 더 중요한 문제다. 정부는 현안에만 매달려 있어 기후변화에 대응해 우리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같은 문제는 뒷전이다. 우리 정부 기능 중 제일 약한 게 미래를 예측하고 분석하며 대응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지면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일보가 선제적으로 보도해주면 좋겠다.
△한 위원장=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이 더 심해졌다. 모든 게 친북이냐 친일이냐로 귀결되는 것 같다. 8월 21일자 ‘반일·반공의 무한루프’ 칼럼을 인상 깊게 봤다. 국민일보는 일관성 있게 양측의 갈등을 중재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이 노력이 빛을 봤으면 좋겠다.
정리=최예슬 기자,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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