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서 설명회, 믿었는데”… 산티아고 순례 경비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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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방문하려는 수십명의 여행객으로부터 경비를 받아 가로챈 여행사 대표가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산티아고 순례 일정을 공지한 뒤 여행객을 모았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이모씨는 7일 "A씨가 자기도 천주교 신자라고 했다. 여행객 모집을 위한 설명회도 성당에서 했다"며 "신장이 나빠져 투석하기 전 마지막으로 순례길을 가려 했는데 종교인의 순수한 마음을 (A씨가) 이용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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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 의심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방문하려는 수십명의 여행객으로부터 경비를 받아 가로챈 여행사 대표가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대표는 선지급 받은 여행비로 개인 빚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4일 A씨를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25명으로부터 여행 결제대금 2억여원을 받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약 800㎞에 이른다. 예수의 제자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 걸었던 길이어서 성지로 여겨지며 해마다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다.
A씨는 2018년부터 산티아고 순례 전문 1인 여행업체인 S사를 운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산티아고 순례 일정을 공지한 뒤 여행객을 모았다. 800㎞ 코스의 경우 1인당 800만~1000만원가량의 비용을 받아 순례길 동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문제는 지난달 31일 갑자기 불거졌다. A씨는 42박44일 일정으로 이달 초 시작될 예정이던 산티아고행을 돌연 취소한다고 여행객들에게 통보했다. A씨는 현지 숙소뿐 아니라 항공권도 예약하지 않은 상태였다. 여행객들은 대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
피해를 본 여행객 중에는 은행 대출을 받거나 퇴직금을 받아 예약한 이도 있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와 함께 순례길에 오르는 날을 기다려 온 딸도 있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이모씨는 7일 “A씨가 자기도 천주교 신자라고 했다. 여행객 모집을 위한 설명회도 성당에서 했다”며 “신장이 나빠져 투석하기 전 마지막으로 순례길을 가려 했는데 종교인의 순수한 마음을 (A씨가) 이용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A씨가 여행경비를 받아 개인 채무를 갚는 등 사적으로 썼다고 의심한다. 산티아고 여행 관련 한 커뮤니티 운영자는 A씨에 대해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도박 등으로 돈을 많이 잃은 것으로 안다. 커뮤니티 회원이나 함께 여행 간 이들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일도 많다”고 전했다.
여행객들에게 대금을 받아 사실상 ‘돌려막기’를 해 왔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연말에 여행경비를 추가로 받으면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한 차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적다”며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한 뒤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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