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영화의 적은 원작’이란 말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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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가지지 못한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인데 어딘가 익숙하다.
"전 영화에 가서 망하기로 유명했어요. 항상 문제는 같았어요. 원작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볼륨이 크다는 거였죠. (영화에서) 이야기를 축약하거나 변형해야 했어요. 제일 속상했던 기사가 '강풀 영화의 최대 적은 강풀 원작'이라는 거였어요. 요즘은 '원작보다 낫다'는 말을 듣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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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 드라마 극본 집필
“만화서 못 푼 서사 더 풀고 싶어”
남들이 가지지 못한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인데 어딘가 익숙하다.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줍음 많은 소년, 등굣길에 마주치는 버스 기사, 운동선수를 꿈꾸는 여학생, 치킨집 사장님. 겉으로는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범상치 않은 능력을 숨기고 있다. 하늘을 날거나 전기를 마음대로 다루고, 절대 다치지 않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지난달 9일 공개된 후 디즈니 플러스 시청 시간 1위를 차지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할리우드식 슈퍼히어로와 결이 좀 다르다. 우주를 구하거나 국가를 지킨다는 거대한 사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무빙’의 주인공들은 자기 주변의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능력을 쓴다.
극본은 웹툰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썼다. 동명의 웹툰은 2015년 연재됐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제작단계부터 ‘이건 슈퍼히어로가 아니고 그냥 히어로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어딜 가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극본을 썼다”고 회상했다. 이어 “‘무빙’은 드라마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며 “내가 만화에서 풀지 못한 서사를 더 풀어서 볼륨을 키워보고 싶었다”고 했다.
‘무빙’은 빠른 이야기 전개가 특징인 요즘 드라마의 트렌드를 따르지 않았다. 천천히 모든 주인공의 서사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채워나간다. 분량도 20회로 상당히 긴 편이다.
“전 줄거리가 아니라 스토리를 쓰는 사람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대중은 더 이상 서사에 관심이 없어진 것 같지만 저는 ‘이야기’를 지키고 싶어요. 이야기를 빨리 진행하는 것보다 사람에 대해서 깊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전 나중에 책꽂이에 꽂히는 책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 작품은 그에게 여러모로 도전이었다. 처음으로 드라마 극본을 집필했다. 원작이 워낙 성공했던지라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했다. 극 초반부에 신인 배우들을 내세운 것도 과감한 결정이었다. 강 작가는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등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했는데 앞부분에 신인 배우를 배치한다는 건 힘든 선택이었다”면서 “다행히 고윤정, 이정하, 김도훈 세 명의 신인 배우들이 잘 해줬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의 웹툰은 다수 영화화됐다. 그러나 원작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순정만화’ ‘바보’ ‘아파트’ 등은 흥행에 참패했고 ‘26년’ ‘이웃사람’이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으나 관객 수 300만명을 넘지 못했다.
“전 영화에 가서 망하기로 유명했어요. 항상 문제는 같았어요. 원작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볼륨이 크다는 거였죠. (영화에서) 이야기를 축약하거나 변형해야 했어요. 제일 속상했던 기사가 ‘강풀 영화의 최대 적은 강풀 원작’이라는 거였어요. 요즘은 ‘원작보다 낫다’는 말을 듣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는 ‘무빙’을 ‘한국형 히어로물’이라고 소개했다. ‘한국형’의 뜻을 묻자 “나에게 히어로는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며 “가족을 지키는 사람을 ‘한국형 히어로’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대중에게도 잘 먹힌 것 같다”며 웃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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