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고무줄 채용… ‘당국 눈치’ 상반기 늘렸다 하반기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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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하반기 채용 인원이 상반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에 상반기 채용 인원을 많이 늘린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채용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반기 은행의 채용 인원이 줄어든 이유는 올해 초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비판 및 사회공헌 확대 요구에 따라 상반기 채용 인원을 '반짝' 늘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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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보다 규모 30% 이상 축소
이자 장사 비판에 상반기엔 61%↑
은행권의 하반기 채용 인원이 상반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에 상반기 채용 인원을 많이 늘린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채용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취업을 바라는 청년은 늘어나고 있는데 은행권 취업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7일 금융권에서는 올해 하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채용 규모를 1000여명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상반기(1530명)에 비해 500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년 동기(1370명)와 비교해도 300명가량 적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 인원(400명)보다 적은 250명 규모의 신입 행원 공개 채용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 인원(300명) 대비 120명 줄어든 180명을 뽑겠다고 공지했다. 그나마 우리은행이 지난해 상·하반기 각각 150명이었던 채용 규모를 올해 250명씩으로 늘렸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아직 하반기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은 많아야 상반기와 비슷한 250명, 농협은행은 100~200명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하반기 은행의 채용 인원이 줄어든 이유는 올해 초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비판 및 사회공헌 확대 요구에 따라 상반기 채용 인원을 ‘반짝’ 늘렸기 때문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월 금융권 청년 일자리 간담회에서 “금융권은 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청년 일자리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5대 은행은 상반기 채용 인원을 전년 동기(950명) 대비 61% 늘렸다.
앞으로 은행권 전반의 채용 축소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비대면 금융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은행 점포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있는 직원도 줄이기위해 은행권은 최근 몇년 새 희망퇴직을 늘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5대 은행에서 2500명 넘는 은행원들이 짐을 쌌다.
은행권 채용 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최근 금융산업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행들이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력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ICT 인력 중 자체 인력 비중도 2017년 47.7%에서 2021년 55.3%로 상승했다. 상경 계열 등 문과생이 주로 취업하던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IT 실무와 은행 업무를 겸비할 수 있는 공대 출신을 점점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처럼 은행 취업 문은 좁아지는데 시중은행에 들어가려는 청년은 늘어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진행된 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에는 전년 참석 인원(1만7000명)보다 1만명 많은 2만7000명이 참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금융권이라도 지방 저축은행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반면 5대지주 은행은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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