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상자 속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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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지나갈 때였다.
가까이 가보니 스티로폼 상자 안에 새가 있었다.
게다가 산책로는 개와 길고양이가 지나다녀서 어린 새에게 더 위험한 환경이었다.
다만 새가 안정되도록 상자를 덮고 잠시만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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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를 지나갈 때였다. 사람들이 뭔가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스티로폼 상자 안에 새가 있었다. 종이컵에 물도 있고, 바닥에 누룽지가 깔려 있었다. 그 옆에 누군가 메모를 남겨 두었다. “여기, 다쳐서 아파하는 아기 새가 있어요. 도와주세요.” 새는 날개가 꺾였는지 움직이지 못했다. 급한 원고 마감이 있어서 그냥 가려고 했으나 새가 눈에 밟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친 새를 돕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둥지에서 새끼를 옮기는 것은 납치나 다름없다. 게다가 산책로는 개와 길고양이가 지나다녀서 어린 새에게 더 위험한 환경이었다. 선의가 좋은 결과로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구조 요령 없이 새를 옮기는 것은 무책임한 방임과 같다. 나는 일단 ‘서울시 야생동물센터’를 검색했다. 매일 근무였으나 점심시간이라 1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그사이 별별 걱정이 다 들었다. 혹시 흔한 새라서 구조를 안 해주면 어쩌나. 괜한 오지랖을 부려서 인력을 낭비하는 게 아닐까. 주말이라 문을 연 동물병원도 드물 텐데. 새가 무더위에 지쳤는지 고개를 조금 떨궜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고양이나 잡아먹게 풀숲에 던지라면서 클클 웃고 지나갔다. 돕지는 못할망정 약을 올리니 부아가 났다.
잠시 뒤 구조센터로 전화를 했다. 담당자가 새의 상태를 물어보면서 사진을 보내 달라고 했다. 나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보냈다. 혹시 흔한 새는 구조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다행히 구조한다고 답했다. 담당자는 한 시간 내로 배송기사를 보내겠다고 했다. 다만 새가 안정되도록 상자를 덮고 잠시만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집 주소를 알려준 뒤 배송기사의 연락을 기다렸다. 30분도 채 되지 않아 기사가 와서 새를 싣고 갔다. 멀어지는 트럭을 보며 생각했다. 인간은 어디까지 야생의 생태에 관여할 수 있을까. 이 도시에서 우리가 지혜롭게 공존할 방법은 무엇인가.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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