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29) 신체 변화로 죽음 체감… 부활 소망의 믿음 있어 두렵진 않아

양민경 2023. 9. 8. 03: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예전부터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두란노서원에서 일할 땐 사람들이 나를 어리다고 생각해 얕잡아 보는 경우도 있어 빨리 나이 들길 바라기도 했다.

"때가 되면 데려가 주세요. 죽음의 모든 과정이 사람들에게 덕이 되고 하나님께 영광이 되게 해주세요."

나이 탓에 예전처럼 일터 사역도 힘있게 하기 힘든 요즘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0대 후반 대변 색이 갑자기 변해
검사하면서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
이 과정에서 주님의 섭리 체감하고
믿음 허락한 하나님께 감사 드려
방선기(왼쪽) 일터개발원 이사장이 육촌인 고(故) 방지일 목사 맏딸(가운데)의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을 찾아 함께한 모습.


예전부터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두란노서원에서 일할 땐 사람들이 나를 어리다고 생각해 얕잡아 보는 경우도 있어 빨리 나이 들길 바라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젊어 보인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한 청년이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게 아닌가. 3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나를 ‘할아버지’라 부르며 자리를 양보한 일도 있다. 어린이가 할아버지라고 부를 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다 큰 성인이 그렇게 부르니 충격이 컸다.

이젠 지하철 경로석에 앉는 게 자연스러운 나이가 됐지만 아직도 실감은 나지 않는다. 아마 내 또래 모두가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늙는 걸 환영하진 않지만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노추(老醜)나 노욕(老慾)은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40대 후반에 죽음을 맞닥뜨린 적이 있다. 대변 색이 갑자기 변해 의사인 친구에게 문의하니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해보자고 했다. 이땐 정말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했다.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었다. 부활 소망의 믿음이 있어서였다. 다만 죽는다고 생각하니 당시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막내가 마음에 걸렸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머릿속으로 여러 번 생사를 오갔다. 다행히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검사 며칠 뒤 모든 게 평소처럼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를 겪었다 회복한 이 경험은 아직도 잘 이해가 안 된다. 죽음을 체감하도록 하나님이 특별히 섭리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껏 내게 위로가 되는 체험이기도 하다. 10년 정도 지나면 죽음이 찾아올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좀 더 산다고 해도 20년 정도다. 지금 죽음이 찾아온다 해도 그때처럼 담담히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식들은 성인이 돼 걱정이 없지만 아내와 헤어지는 게 안타깝다. 이런 믿음을 허락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다만 죽음에 이르는 과정 중 겪을 고통에 대해선 조금 두렵다. 육체적 아픔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게 더 두렵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존엄사와 안락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시간을 내가 정해선 안 된다.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한다. “때가 되면 데려가 주세요. 죽음의 모든 과정이 사람들에게 덕이 되고 하나님께 영광이 되게 해주세요.”

기독교에서 ‘부활 신앙’을 가르치긴 하지만 적잖은 기독교인이 부활 후 신령한 육체로 영원히 산다는 건 잘 알지 못한다. 부활 신앙은 우리가 육체로 부활해 생생한 삶을 살 것을 확신하는 것이다. 성경은 우리가 이 땅에서 수고롭게 일한 게 하늘나라에서도 헛되지 않다고 한다.(고전 15:58) 그곳에서도 땅에서처럼 일할 것을 암시한다. 물론 지금처럼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건 아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즐겁게 일했듯 그렇게 신나게 일하며 주님 곁에서 왕 노릇 할 것이다.

나이 탓에 예전처럼 일터 사역도 힘있게 하기 힘든 요즘이다. 훗날 하늘나라에서 신나게 일할 날을 소망해본다. 죽음은 우리에게 쉼을, 부활은 새 하늘과 새 땅에서 할 새로운 일을 줄 것이다. 일하는 건 슬픔이 아닌 축복이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