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라이프톡] '단식'이라는 이름의 절규
평화협정 이전인 1995년 북아일랜드에서 겨울을 난 적이 있다. 영국이 지배하는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는 도시가 철조망으로 양분돼 있었다.
한쪽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즉 아일랜드 공화국으로의 통합을 주장하는 카톨릭 지역. 다른 쪽은 아일랜드 통합을 반대하는 프로테스탄트 지역. 아일랜드공화국군을 자처하는 IRA는 무장투쟁(영국 입장에선 테러) 중이었으며, 영국 왕실에 충성하는 프로테스탄트 과격파들도 보복살인을 서슴치 않던 시절이다. 이들은 종교가 달랐고, 조국이 달랐고, (노년층에선) 언어가 달랐고, 계층(빈부차)이 달라 섞이지 않았다.
당시 ’한국의 지역갈등도 심각하다’고 말하자 아일랜드 친구가 3가지 질문을 해왔다. "(갈등 지역간) 종교가 다르냐?" "민족이 다르냐?" "언어가 다르냐?"
대답은 전부 "No." 그러자 아일랜드 친구가 되물었다. "다른 게 없는데 왜 싸우냐?" 긴 설명이 구차하게 느껴졌다.
벨파스트 카톨릭 지역의 상징은 주요 길목마다 마주치는 거대한 벽화였다. 1981년 옥중 단식투쟁으로 숨진 IRA 지도자 보비 샌즈 초상이다. 순교자 보비는 IRA 무장투쟁의 동력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을 보면서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이 대표는 단식 일주일만인 6일 인터뷰에서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달라는 유세다.
단식은 극한의 감정적 투쟁이다. 이 대표 입장에선 절규다. 그러나 보비와 너무 다르다. (영화 'Hunger' 참조)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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