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유가 초비상…숙제 미루지 않는 게 최선
국제유가 급등, 배럴당 100달러 시대 눈앞에
산업 구조 전환, 빚더미 한전 수술 서둘러야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경제를 다시 격랑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서부텍사스유(WTI)를 비롯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미국 월가 일각에선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이번 유가 급등은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때문이다. 사우디는 연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이어가기로 했고, 러시아는 하루 30만 배럴 수출 감축을 유지하기로 했다.
유가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직접 요인이다. 유가가 오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간신히 고삐를 잡은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을 촉발하고, 세계경제 활력을 꺾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장 한국 경제가 또다시 시련을 맞게 됐다. 경기 부진은 계속되고 있고 물가 오름세는 심상치 않은데 유가 급등이란 초대형 악재까지 덮쳤다. 실물경기는 지난 7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날 정도로 좋지 않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6~7월 2%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에 3.4%로 뛰어올랐다. 무역수지 악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무역수지는 작년 3월부터 15개월 연속 적자를 내다 지난 6월 이후 석 달째 흑자를 내고 있지만 속사정은 좋지 않다. 수출 감소보다 수입 감소가 커서 생긴 불황형 흑자였다.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 수입 감소가 무역수지 개선의 일등 공신이었다. 수출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가 급등에 따른 수입 증가는 무역적자로 이어져 경상수지마저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생활물가도 걱정이다. 휘발유 가격이 벌써 L당 2000원이 넘는 주유소가 속출한다. 서울 휘발유 가격은 두 달 새 12%가 올랐다. 이대로라면 정부의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는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1년 만의 유가 비상은 그간 한국 경제가 숙제를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한 수출 회복은 미흡하고, 내수도 살아나지 않았다. 가계부채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미국이 다시 기준금리를 올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도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따라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선 한국전력 문제도 여전하다. 전기요금 인상이 원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게 부실의 근본 이유인데도 수술을 미룬 채 시간만 보냈다. 빚더미 한전은 요즘 하루 이자만 70억원을 내고 있다. 결국 큰 폭의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피할 수 없게 생겼다. 유가 급등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우리 내부의 구조개혁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산업구조를 에너지 절감형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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