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중 관계에 걸림돌 돼선 안된다”

권호, 신경진 2023. 9. 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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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중국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한·중 회담을 했다.

3월에 임명된 리 총리는 중국의 2인자이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이다. 지난달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윤 대통령이 만난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오후 3시21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의 회담장에 먼저 도착한 윤 대통령은 4분 뒤 리 총리가 입장하자 영어로 “환영합니다, 총리님”이라고 인사를 건넸고, 리 총리는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전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때 처음으로 공식 대면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핵은 우리에게는 실존의 문제”라며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일 협력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며 “북한이 한·중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협력하자”고 말했다.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중국이 먼저 국제법을 지키고 북핵 저지에 동참해 달라는 취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아세안+3 정상회의 때 리 총리 앞에서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진지하게 경청하면서도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핵 문제가 리 총리의 소관 업무가 아닌 데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돌아가서 검토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한 이후 고위급에서 더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길 희망한다”며 “의장국으로서 추진하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한·중 관계는 발전해야 한다. 한·일·중 정상회의의 적절한 시기 개최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51분간 진행된 이날 회담에선 주로 양국 간 경제 문제가 논의됐다. 리 총리가 주로 경제 이슈를 비롯한 내치를 담당해 외교·안보 이슈가 소관 밖인 점도 고려됐다. 윤 대통령은 “한·중은 공히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그 전제가 되는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구축을 위해 협력하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준수해야” 중·러 압박

리창

윤 대통령은 이어 “그렇게 된다면 양자관계가 아무런 문제 없이 예측 가능성 있는 경제와 투자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전했다. 김 차장은 “국제사회에서 다자간에 합의돼 관행으로 굳어진 규칙들을 잘 지켜가면서 양자관계를 관리한다면 양국 차원에서 많은 문제를 줄여갈 수 있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한 시 주석의 안부를 먼저 전한 리 총리는 “한·중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같이 협력하고 잘 지낸다면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며 “선린 우호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양국이 공동 이익을 증진해 나가고, 상호 관심사를 배려해 나가면서 원숙한 신뢰관계를 돈독히 하자”고 말했다. 리 총리는 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가속화해 양국이 조금 더 개방성을 높이고 업그레이드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중국 외교부는 리 총리가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 중·한 관계의 대국(大局)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또 “중국은 한국과 함께 양국 정상의 중요한 컨센서스를 잘 실천하고 수교 초심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상호신뢰를 증진하며 간섭을 배제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중인 한·미·일 밀착을 견제한 것이다.

리 총리는 남북 관계에 대해선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남북 쌍방의 화해와 협력 추진을 지지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계속해서 힘껏 평화와 대화를 촉구하겠다”고 짧게 언급했다.

앞서 오전에 열린 EAS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중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세계 평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오늘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가를 겨냥하고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불법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로 인해 유엔 안보리로부터 가장 엄격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이러한 안보리 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하며, 그러한 결의안을 채택한 당사자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도 요구한 것인데, 안보리 상임이사국 일원임에도 지속적인 거부권 발동으로 추가 대북제재를 막고 기존 제재 이행에도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리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현장에서 들었다. EAS는 아세안+3 외에 미국·러시아·호주·뉴질랜드·인도 등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최대 규모의 정상 간 협의체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에 대한 위반 행위”라고 못 박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의 재건 복구 노력에 책임 있게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권호 기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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