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일주일에 3번만 할게”…英 대학 파격 제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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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주 3일 수업'을 시행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치솟는 생활비, 높은 임대료로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학교가 출석 일수를 줄이는데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가 지난 6월 1만명의 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 이상이 '임대료와 식료품 등 생활비 부담이 자퇴를 고민할 정도로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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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주 3일 수업’을 시행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치솟는 생활비, 높은 임대료로 학업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학교가 출석 일수를 줄이는데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레스터셔주에 있는 국립대 드 몽포르 대학, 코벤트리 대학(그리니치·대거넘 캠퍼스), 선더랜드 대학, 런던 로햄턴대학,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런던캠퍼스), 영국 법학대학 등이 ‘주 3일 압축 수업 제도’를 시행한다.
압축 수업 제도는 여러 과목을 일주일에 나눠서 듣는 게 아니라 한 과목씩 7주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블록티칭(Block Teaching)’ 방식인데, 이 수업을 일주일 중 3일만 한다는 것이다. 학교를 나올 필요 없는 2일 동안 학생들은 자유롭게 생계 활동을 할 수 있다.
드 몽포르 대학은 지난해 일부 학과에서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이 대학 부총장인 게이티 노밍턴 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이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했다”며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 3회 압축 수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삶의 질이 높아졌고, 10% 정도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같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가을 학기에 압축 수업 제도가 본격 도입됐다.
다만 대학들이 ‘주 3일 압축 수업’을 도입하는 진짜 속사정은 따로 있다고 가디언은 꼬집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늘어난 현실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영국의 물가는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1.1%를 기록했다. 올해 7월에는 6.8%로 하락했지만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다. 만만치 않은 임대료도 문제다. 영국 부동산 중개업체 세빌스 데이터에 따르면 런던 임대료는 지난 3년 동안 평균 20% 상승했다. 현재 방 한 칸짜리 주택 임대료 중앙값은 한 달에 1600파운드(약 270만원)에 달한다.
이런 경제적 부담은 학생들의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적 여력이 안돼 아예 학업 중단을 고민하는 학생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가 지난 6월 1만명의 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 이상이 ‘임대료와 식료품 등 생활비 부담이 자퇴를 고민할 정도로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5%)은 이미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고, 주당 평균 13.5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34%, 2022년 45%에 이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3월 영국교육기관협력체 ‘러셀 그룹’ 학생회의가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 5명 중 1명이 “생활비 문제로 중퇴를 고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HEPI의 관계자는 “학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많은 시간을 유급 노동에 종사해야 한다고 느끼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제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대학이 소수의 부유층, 특권층 자녀만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다 보니 대학생 생활고 문제는 정치권 이슈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최근 “내가 지금 학교에 다닌다면 암울한 경제 상황, 치솟는 물가로 생활비에 허덕이다 졸업도 못 했을 것”이라며 현 리시 수낵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임대료 인상과 생활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실질적인 경제 구제책을 조만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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