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대상 우성희 작가 “주부를 넘어 또 하나의 직업 인정받아 기뻐”
‘제3회 중앙회화대전’ 대상·금상 수상자 3인 인터뷰
금상 김화수 작가
“마음의 갈등 비구상으로 표현해”
금상 박성호 작가
“불상·호랑이 등이 작품활동 원동력”
지난달 14일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한 ‘제3회 중앙회화대전’ 시상식이 진행됐다. ‘2023, 기본의 가치’를 주제로 열린 올해 중앙회화대전에는 신예 및 기성작가의 작품 800여 점이 출품됐으며, 대상작 ‘설거지2’를 포함해 총 79점이 최종 선정됐다. 중앙회화대전은 ‘회화의 기본을 일깨운다’는 목적으로 출품자의 약력, 수상경력, 소속 등 모든 정보를 지우고 오직 작품만으로 평가하고 있다. 심사위원장인 임근우 작가는 “작품 수준이 높아 심사가 쉽지 않았다”며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가 여러분께 마음 깊이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중앙회화대전이 미술계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상 수상자 우성희 작가, 금상 수상자 김화수·박성호 작가와의 인터뷰.
우성희 작가 “평생 작업하며 살겠다”
작품 ‘설거지2’로 대상을 받은 우성희 작가는 2009년 중앙대학교 서양화학과 졸업 후 여러 단체전을 통해 활동을 이어왔다. 올해는 아트매거진 홍익미술에서 개최한 ‘고흐보다 아름다운 한국미술’ 공모전에서 선정작가상을 받았고, ‘아트서울 2023’에서 청년 작가 대상을 수상한 촉망받는 작가다.
결혼 14년 차인 우 작가는 육아와 가정일에 전념하다 2년 전 작업실을 얻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지난해 공모전에 ‘설거지1’을 출품해 특선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설거지2’로 대상까지 받은 것. 그는 “이번 상 덕분에 주변인들에게 가정주부를 넘어 그림 그리는 작업을 또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게 됐다”며 “작업에 더욱 열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 기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설거지2’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사람들이 회피하는 것,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먹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말처럼, 결혼 후 설거지는 늘 우 작가의 몫이었다. 그는 “시댁에 처음 갔을 때 가족들은 도란도란 얘기하고 나 혼자 설거지를 하는데 ‘나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핑 돌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우 작가는 “보통 사람들은 ‘오늘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지, ‘설거지는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잔뜩 쌓인 설거지를 보며 더 인위적으로 아름답게, 더 크게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는 사람이 설거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결국 그 안에는 엄마, 아내, 나 자신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설거지2’는 전통 유화를 쓰고 사물 사이사이를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한국화의 선처럼 사물을 분리, 하나하나 세밀하게 그렸다. 그리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유광바니쉬를 칠했다.
평소 메모하는 습관을 지닌 그는 작품의 영감도 메모 속에서 찾는다. 작품 세계 역시 “나다운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느낀 것들을 자신답게 표현하고 작업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원대한 세계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와 자연, 역사에 관심을 갖고 그것들에 대해 고민을 하며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며 “평생 작업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화수 작가 “공감하는 작품 그릴 것”
작품 ‘CONFLICT’로 금상을 받은 김화수 작가는 서울교대 졸업 후 교직 생활을 하다 교직 말년에 홍익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에 입학, 김화수 작가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늦깎이 화가인 김화수씨는 그동안 집중했던 수채화에서 확장해 지금은 초현실주의에 관심을 갖고 유화 작업에 한창이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 한국 수채화 공모대전 최우수상이 있으며, 현재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수채화협회 회원, 겸재 진경 미술대전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작가는 ‘CONFLICT’ 작품을 ‘마음의 갈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의 마음은 상황에 따라 이기적, 이타적, 긍정적, 부정적이 될 때가 있다. 이러한 마음의 갈등을 비구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모델링 페이스트로 입체감을 나타낸 뒤, 아크릴로 채색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김 작가는 주로 기존의 좋은 작품에서 영감을 얻거나 사물을 보고 떠오르는 느낌을 살려 작품에 반영한다. 그는 “내 그림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즐거워하길 바란다”며 “앞으로 작가들이 작품을 저렴하게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박성호 작가, 펜 하나로 환(丸)의 묘미 살려
작품 ‘소나무 같은 그대에게’로 금상을 받은 박성호 작가는 전남 영광군 출신의 펜화 작가다. 호남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지난 20여 년 동안 묵색펜화기법의 작품을 꾸준히 전시해 오고 있다. 작가는 호랑이의 야생성에 매료돼 펜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수백 번의 붓터치로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2달에 걸쳐 사실적이고 섬세한 작품을 완성한다. 11번의 개인전을 개최했을 뿐 아니라 영광문화여성센터 회원 지도 등 지역 문화 예술 발전 활성화를 위해 지역 작가로서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박 작가는 ‘소나무 같은 그대에게’ 작품에 거친 나무의 껍질처럼 역경을 이겨내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아르쉬지(코튼 함량 100%에 변색이 잘 안 되는 중성지)의 거친 지면에 붓펜의 터치 하나만으로 ‘환(丸)’의 묘미를 살려냈다.
박 작가 작품의 주된 주제는 나무의 껍질, 호랑이, 불상이다. 그는 “나무의 껍질이 내포한 역경을 이겨내는 인내와 끈기, 모든 걸 포용하는 불상의 인자함, 호랑이의 광폭함이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라며 “이 요소들을 바탕으로 작품 세계관을 조금씩 키워 가면 인간으로서, 작가로서 조금씩 성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중앙일보M&P 기자 park.jiwon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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