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유가, 경기회복 발목잡나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한국 경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어렵사리 잡아가던 물가를 다시 들썩이게 할 수 있어서다. ‘불황형’이긴 해도 흑자로 돌아선 경상수지도 악화할 수 있다. 금융시장은 이미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에 유가 상승이 경기 반등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고가 나왔다.
6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날보다 0.56달러(0.62%) 오른 배럴당 90.6달러를 기록했다. 전날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종가 기준 90달러를 넘겼는데,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7.54달러에 장을 마쳤다.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두 가격 모두 9거래일째 올랐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 결정이 국제 유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해외 투자은행(IB)인 UBS는 올 연말 브렌트유가 배럴당 95달러, WTI는 91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역시 해외 IB인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107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유가 상승은 당장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키운다. 거의 모든 나라에 해당하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3%(지난해 기준)에 이르는 한국은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지난 5월 이후 석 달 만에 3%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이후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것으로 봤는데 유가 상승세가 지속하면 예상을 수정해야 할 수 있다. 이정익 한은 물가고용부장은 지난 5일 물가상황점검회의 직후 설명회에서 “(유가) 90달러대가 앞으로 지속한다면 지난 8월 전망 당시 전제보다 높은 수준이 될 것이고 그럼 물가에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에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3.5%로 전망하면서 국제 유가 수준을 올 하반기에 배럴당 84달러로 봤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유류 수입액이 늘면 경상수지 흑자도 위협받는다. 경상수지는 지난 5월과 6월 두 달째 흑자를 기록했는데, 원유 등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에 따른 원자재 수입 감소가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원자재 수입은 전년 대비 18.5% 급감했다. 경상수지 악화는 원화 가치 하락 등을 불러올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내놨다. KDI는 7일 ‘9월 경제동향’을 통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 7월과 8월 각각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 “경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경기 회복세를 부각했다. 중국 경기 부진 우려와 함께 국제 유가 급등이 KDI의 경기를 보는 시각을 어둡게 했다.
금융시장은 출렁이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08포인트(0.59%) 떨어진 2548.26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종가도 전날 대비 11.59포인트(1.26%) 내린 906.36을 기록했다. 달러 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4.9원 떨어진 1335.4원을 나타냈다(환율은 상승).
고유가 지속에 따른 물가 상승과 금융 시장 불안 등이 최근 부진한 경기 흐름과 맞물리면 한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국면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 7월 산업생산과 소비·투자가 일제히 줄어든 ‘트리플 감소’가 나타나며 정부가 기대한 하반기 경기 반등의 모습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속에 빠질 수도 있다”며 “우선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물가가 다시 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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