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1%대 전망 잇따라…한국 ‘장기 저성장’ 경고등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이 1%대라면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성장률이 2%대 아래로 떨어진 건 심각한 흉작을 겪은 1956년(0.6%), 2차 오일 쇼크를 겪은 1980년(-1.6%),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5.1%),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9년(0.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0.7%)까지 5차례뿐이다. 그런데 올해에 이어 내년도 1%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인 씨티가 1.8%→1.7%, 바클레이스가 2.3%→2.0%로 각각 내년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IB 8곳 중 JP모건(1.8%)·HSBC(1.6%) 등 5곳이 내년 1%대 성장을 예측했다. 내년마저 1%대 성장할 경우 195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 성장이다.
이미 9월로 접어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라는 건 기정사실이다. 기획재정부(1.4%)나 한국은행(1.4%)뿐 아니라 해외 기구에서도 1%대 성장이 ‘컨센서스(전망 평균치)’다.
문제는 ‘상저하고’ 전망에 기반해 2%대 반등을 예상한 내년 성장률마저 1%대로 하향 조정하거나 전망치를 낮추는 등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다만 IB 전망은 내년 2%대 성장을 예측한 기재부(2.4%)나 한은(2.2%)은 물론 OECD(2.1%)·세계은행(WB·2.4%)과 온도 차가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IB는 아무래도 중국 경제나 국제 유가 등 글로벌 변수를 부각해서 본다”며 “정부는 IB 성장률 전망 자체보다 성장률 전망을 떨어뜨리는지, 올리는지 추세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내년 전망 ‘추세’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IB뿐 아니라 한은도 지난달 24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2.2%)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끌어내렸다. 한은은 ‘대안 시나리오’를 통해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부진이 지속해 성장세가 추가로 약화할 경우 내년 1.9~2.0% 성장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IMF는 6일(현지시간)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며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경우 2024년 한국에 추가적인 경기 하방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당초 예상한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이 약화하고 있다”며 “고물가·고금리로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출이 조기에 회복하지 않을 경우 내년까지 ‘L자형’ 장기 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 둔화가 지속하면 한국의 무역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 또 최근 꿈틀대는 국제 유가도 무역 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중앙은행은 금리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예상보다 늦추고 있다.
“이미 한국은 장기 저성장 구조에 접어들었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 한국의 잠재성장률(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은 2001~2005년 5.1%에서 2021~2022년 2.0%로 떨어졌다. 경제 기초 체력이 떨어져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는 얘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하락하는 잠재성장률부터 반전시켜야 한다”며 “기준 금리 인하, 재정 확대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 먹거리 위주로 산업을 구조조정을 해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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