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유커…명동보다 성수동, 면세점보다 성형외과로
폐공장을 살린 독특한 인테리어로 MZ세대에게 ‘힙성지’(인기가 많은 장소)로 통하는 서울 성수동 한 카페. 평일 낮에도 줄을 설 정도로 손님이 꽉 차 있었는데 대부분 중국 관광객 ‘유커(遊客)’들이었다. 삼삼오오 카페로 들어온 유커들은 마치 단골 가게에 온 듯 ‘인증샷’을 남기고 능숙하게 메뉴를 골랐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뜨는 동네’ 성수동 카페 거리에서 유커를 보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복궁을 방문하고, 서울 명동 백화점에서 쇼핑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유커들은 마치 한국 MZ세대처럼 숨어 있는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닌다. 또 다른 성수동 카페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장워런(27)은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를 보여주며 “SNS를 검색하면 유명한 한국 카페나 트렌디한 장소가 많이 나오는데, 유커들이 명동보다 이런 데를 요즘엔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유커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7일 중앙일보가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와 함께 외국인 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과거와 비교해 장소·업종에서 소비방식의 변화가 있었다.
성수동 외국인 카드 매출 1315% 급증
외국인 카드 매출은 1주일 단위로 나눠 분석했다. 분석 시점은 ▶단체관광 허용 직전(지난달 7~13일) ▶단체관광 허용 후 2주(지난달 14~20일, 지난달 20~27일) 총 3시기다. 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8월 셋째 주와 비교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MZ세대가 많이 찾는 서울 성수동 매출 증가다. 코로나19 이전(2019년 8월 셋째 주)과 비교해 서울 성수동의 외국인 카드 매출은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직전 826% 증가했었다. 하지만 단체관광 허용 이후 첫 번째 주는 908%, 그다음 주는 1315%까지 치솟았다. 역시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구의 외국인 카드 매출도 단체관광 허용 직전에는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단체관광 허용 후 2주간 각각 31%와 28%로 증가세가 커졌다.
반면에 과거 유커들이 많이 찾았던 서울 명동과 제주도는 아직 단체관광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서울 명동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단체관광 허용 직전 외국인 카드 매출이 42% 증가했다. 하지만 단체관광 허용 이후 2주간 외국인 카드매출 증가세는 각각 37·45%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외국인 매출이 늘긴 했지만, 단체관광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제주도는 단체관광 허용 직전 외국인 카드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77%였다가 허용 이후 2주간 -82·-69%로 들쭉날쭉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외국인 관광객 씀씀이가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
주요 상권의 위상변화는 외국인 매출액 차이에서도 드러났다. 외국인 카드 매출액은 쇼핑 비중이 높은 서울 명동이 성수동보다 여전히 컸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명동 대비 성수동의 외국인 카드매출 비중은 1.6%에 불과했지만, 중국인 단체관광을 허용한 최근 2주간 12.2·16.1%로 각각 급증하고 있다.
소비 방식 변화는 상권뿐 아니라 업종에서도 드러났다.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으로 두드러지게 외국인 매출이 는 것은 성형외과였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성형외과는 단체관광 허용 직전에는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단체관광 허용 후 2주간 각각 23·31%로 증가세가 커졌다. 반면에 전통적으로 유커가 많이 소비하는 면세점은 외국인 카드 매출이 단체관광 허용 전(-76%)과 허용 후 2주(-72·-72%)간 큰 차이가 없이 모두 코로나19 이전보다 저조했다.
다만, 서울·부산·인천·제주 전체 외국인 카드 매출은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에는 아직 못 미쳤다. 유커의 씀씀이가 회복되기엔 아직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 화장품·전자기기 쇼핑 시들해져
소비 방식 변화를 놓고 유커가 쇼핑 위주에서 문화 중심의 서비스 관광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옛날과 달리 한국 화장품·전자기기가 중국보다 큰 우위가 없는 상황에서 쇼핑보다는 세련되고 앞선 문화를 체험하는 방향으로 소비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K팝과 드라마 인기로 중국 MZ세대에게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맞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을 더 자주 찾고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명동의 백화점보다 성수동의 카페를 찾고, 성형외과를 방문하는 것 모두 앞선 서비스를 체험하는 방향으로 유커의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수요에 맞는 관광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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