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실손보험 미청구액 한해 2000억원대…‘청구 전산화’ 시급
대한민국은 디지털 행정 분야에서 선진국이다. 2022년 세계은행 본부가 발표한 디지털 정부 순위에서 평가대상 198개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이다. 고인의 금융거래·토지·건축물·자동차·세금·연금·공제회 등을 자녀와 배우자가 한 번에 신청하면 관련 기관이 합동으로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만일 이 정책이 없다면 상주와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수십 곳의 관련 기관을 일일이 방문해 고인의 재산과 부채를 모두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이렇게 디지털 행정 전환이 우수한 나라이지만, 아직 사각지대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실손보험의 청구가 자동화(전산화)되지 않아 환자가 일일이 진료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2018년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미청구 비율은 47.5%에 달한다. 코리안리서치의 설문을 보면 시민이 실손보험을 청구하지 못한 대표적인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였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보험소비자가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으로 추정된다.
보험 관련 스타트업이 일부 병원과 보험사를 연계해 실손보험 청구 앱을 내놓았는데 시민의 만족과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 후기를 보면 이 앱 덕분에 병원에 다시 방문하기 위해 휴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눈에 띈다. 다만 이 서비스는 스타트업과 계약한 일부 병원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대다수 국민과 시민단체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을 크게 반기는 가운데, 의료계 등 일부 단체의 우려는 여전하다. 모든 행정 의사결정이 그러하듯이 반대하는 의견도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행정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의 눈높이다. 진료관련 자료를 받기 위해 몇 시간이라도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자영업자의 눈높이나 병원에 다시 방문하기 위해 회사에 말하기 부담스러운 직장인의 눈높이에서 시민의 불편함을 이해하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행정은 시민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정부의 손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보다는 ‘실손보험 청구 활성화’라는 단어를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시민이 실손보험 청구를 놓치지 않게 해 활성화할 수 있을까’가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목적은 단지 디지털화, 간소화가 아니라 시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김문수 전략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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