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의형제 결의 “13년 만에 AG 금메달 탈환”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국가대표 조우영(왼쪽)과 장유빈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의 금메달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사진 KPGA]

형이 우승하면 동생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고, 동생이 정상을 밟으면 형이 가장 먼저 달려와 감격을 나눴다.

골프계 ‘의형제’ 조우영(22)과 장유빈(21)이 아시아 무대 평정이라는 목표 아래 의기투합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남자골프 국가대표 조우영과 장유빈을 최근 군산 골프장에서 만났다.

아시안게임 골프는 남녀부로 나뉘어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중국 항저우의 웨스트 레이크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나흘간 열린다. 남자부에선 아마추어 조우영과 장유빈과 함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시우(28)·임성재(25)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여자부에는 유현조(18)와 임지유(18)·김민솔(17)이 출전한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등 모두 4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조우영과 장유빈은 개막을 앞두고 샷을 가다듬고 있었다. 조우영은 “평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료가 (장)유빈이다. 거의 가족이라고 보면 된다”며 “유빈이는 어릴 때부터 해당 학년에서 톱이었다. 지금도 내가 옆에서 많이 배운다”고 동생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장유빈은 “처음에는 (조)우영이 형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했다.

조우영과 장유빈은 올 시즌 프로 골프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나란히 우승을 차지했다. 조우영은 4월 골프존 오픈에서 우승해 KPGA 투어 통산 10번째 아마추어 우승자가 됐다. 장유빈도 지난달 군산CC 오픈 정상에 오르면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골프 국가대표 조우영·장유빈

20대 초반의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하면 곧바로 프로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조우영과 장유빈은 프로 데뷔를 잠시 뒤로 미뤘다. 아시안게임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둘은 지난해 4월 김시우·임성재와 함께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아마추어 정원(定員)으로 뽑힌 조우영과 장유빈도 프로 데뷔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조우영은 “대회가 연기돼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그래도 나라를 대표해서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아닌가. 힘들지만 1년을 더 기다리면서 착실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조우영은 모든 샷에서 부족함이 없는 이른바 ‘육각형 골퍼’다. 드라이브샷부터 아이언, 퍼트까지 고른 능력을 갖췄다. 가끔 흔들리는 멘탈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지난 4월 프로 무대에서 우승하면서 이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유빈은 폭발적인 장타력과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이 돋보인다. 유일한 약점으로 통했던 퍼트는 올해 태국 전지훈련을 통해 많이 보완했다.

한국 남자골프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김민휘)과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오승택(25)의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동메달로 만족해야 했다. 당시 일본이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나라는 일본이다. 기초 실력이 탄탄한 유망주들이 출전할 예정이다. 홈팀 중국의 텃세도 조심해야 한다. 장유빈은 “최근 스페인에서 국제대회가 열렸는데 일본 선수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더라. 현지 코스를 잘 아는 중국과 최근 강세를 보이는 태국 등 동남아 선수들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바로 김시우와 임성재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후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조합을 이룬 이번 대표팀의 실력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우영은 “(김시우·임성재) 선배님들의 존재감은 이번 투어 챔피언십(30명만 출전하는 플레이오프 최종전)으로 증명되지 않았나. 이렇게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면서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2010년 이후 따지 못한 금메달을 꼭 되찾아오겠다”고 했다.

군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