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와인·스위트룸…대부도의 우아한 변신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딱 1시간 거리. 나들이 삼아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갔다. 평소라면 해변과 갯벌에서 놀고, 바지락 칼국수와 조개구이로 배를 채우고 돌아왔겠으나, 이번엔 아니었다. 호사바다를 굽어보는 럭셔리 리조트에서 잠들고, 와인을 음미하고, 말을 타며 호사로운 여유를 즐겼다. 대부도가 이렇게 고상하고 우아한 여행지인지 미처 몰랐다.
조개구이·갯벌로 유명하던 섬
부산 기장 아난티, 남해 사우스케이프, 양양 설해원, 울릉도 코스모스리조트. 바야흐로 럭셔리 리조트 전성시대다. 안산 대부도에도 지난해 걸출한 시설이 하나 생겼다. ‘더헤븐 리조트’라는 이름의 고급 주거단지다. 존재를 꼭꼭 숨겨오다가 지난 4월 문턱을 낮춰 84개 객실(전체 228개 객실)을 일반에 개방했다.
리조트가 들어앉은 대부도 서남쪽 끝 언덕에 드니 시야가 탁 트였다. 리조트는 광활한 서해와 골프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모든 객실이 오션뷰이자 거실과 발코니가 딸린 스위트룸이다. 발코니에 서니 코발트 빛의 야외 수영장과 초록의 골프장, 광활한 서해와 갯벌이 겹겹이 층을 이룬 절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가장 작은 200㎡(60평)짜리 객실도 평일 1박에 80만원(4인 기준, 조식 포함)이 넘는다.
인생 사진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바다를 향해 뻗은 인피니티풀은 해가 붉게 저무는 시간 더 근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리조트 초입에는 섬처럼 물 위에 뜬 독특한 형상의 예배당이 있다. 이른바 ‘방주교회’로 불리는 공간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1935~2011, 한국명 유동룡)이 남긴 마지막 유작이다.
럭셔리 리조트, MZ 웨딩 명소
해 질 녘 카트를 타고 골프 코스를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골프는 안 쳐도 된다. 하루에 4개 팀만 허락한다. ‘더헤븐’ 김민정 기획이사는 “골퍼와 입주민만 누리기엔 아까운 풍경이 많다”며 “남다른 웨딩 장소를 찾는 MZ세대 예비부부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대부도에는 의외로 고상한 놀거리도 많다. ‘귀족 스포츠’라 불리는 승마도 체험할 수 있다. 섬 남단 ‘베르아델 승마클럽’에서다. 돔 형태의 초대형 실내 마장(5024㎡, 약 1500평)에서 일일 승마 체험을 운영한다. 초보인 탓에 걸음마 수준에 그쳤지만, 기념사진 하나는 제대로 건질 수 있었다. 헬멧·안전 조끼·장갑을 착용하고, 말에 올라타 고삐를 잡자 자동으로 구도와 포즈가 완성됐다. 서민호 코치는 “3~6개월가량 레슨을 받으면 말을 타고 대부도 해변을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윽한 향을 머금은 와이너리도 대부도에 있다. 섬의 포도 농가 30여 곳이 합심해 만든 ‘그랑꼬또 와이너리’다. 상품성 떨어지는 포도를 거둬들여 와인을 만든 지 23년째. 도장깨기 하듯이 전국 양조장을 순회하는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는 이미 ‘한국의 와인 성지’ 중 하나로 통한단다.
코로나 여파로 3년 가까이 시음과 견학을 중단해오다 지난봄부터 체험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2019년 청와대 만찬주로 소개된 뒤 전국구 명물로 뜬 ‘청수와인(화이트와인)’이 이곳의 최고 인기 상품이다. 1993년 농업진흥청이 개발한 품종 ‘청수’가 주재료인데, 향도 맛도 기성 화이트와인과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그랑꼬또 김한식 팀장이 “달짝지근하면서도 신맛이 풍부해 해산물과 궁합이 좋다”고 설명했다. 대부도와 어울리는 산뜻한 풍미였다.
안산=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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