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IT기술 융합…디지털휴머니티가 숙명의 목표”

남윤서 2023. 9. 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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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금 총장은 “전통과 혁신이란 두 가지 가치를 갖춘 숙명여대는 여성의 꿈을 실현시키는 최적의 장소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숙명여대는 2016년에 공대를 신설한 공학 교육의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선정하는 소프트웨어중심대학이 되면서 8년간 150억원을 지원받는 성과를 냈다. 그 성과에 더해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디지털휴머니티 대학’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1906년 최초의 민족여성사학으로 설립된 숙명여대가 디지털 시대의 인재를 키운다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장 총장으로부터 그 계획을 들어봤다.

Q : 2020년 취임 뒤 임기가 대부분 팬데믹 기간이었다.
A : “어떻게 보면 기회였다. 학생도 교수도 없는 캠퍼스에서 취임식도 없이 총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가 모든 대학이 제로에서 시작한 때였다. 누가 먼저 디지털 전환을 해낼 것인가라는 과제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시기였다. 학생들에게 뭘 해줄 수 있나 고민할 수 있었고,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었다.”

Q : ‘디지털’을 강조하는 이유는.
A : “누구나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춰야 하는 시대다. 인문사회나 예체능 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소프트웨어 역량 없이는 4차 산업혁명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소프트웨어중심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모든 학생이 전공에 상관없이 소프트웨어 관련 교양 3과목을 이수하도록 했다. 11개 전공에선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융합트랙도 운영한다. 올해부터는 인공지능공학부, 지능형전자시스템전공, 데이터사이언스전공 등 5개 첨단학과를 신설했다.”

Q : ‘디지털휴머니티’라는 비전의 의미는.
A : “인간 중심의 디지털 학문을 다루는 디지털휴머니티는 전 세계 대학의 핵심 어젠다이다. 우리는 세계 최상의 디지털휴머니티 대학이 되기 위해 인문학과 디지털 기술 융합을 통해 창의적 교과목을 개설하고 학제간 연구도 수행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내 중심부에 디지털휴머니티센터를 만들었다. 해외 전문가를 초청하기도 했고, 제약사와 함께 의료 빅데이터 관련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Q : 캠퍼스 공간도 많이 바뀌었다.
A : “학생들이 없던 코로나 시기에 공간 혁신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캠퍼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아름답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자는 목표였다.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도서관이나 라운지를 만들어서 오래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Q : 비대면 수업이 익숙한 시대인데.
A : “코로나19 이후 시공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추세다. 오프라인 캠퍼스에서 수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국내 대학 최초로 자체 플랫폼 메타버스 캠퍼스 ‘스노우버스’를 구축했다. 이곳에서 친구와 만나고, 특강을 듣고,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또 해외대학과 교류도 계속 확대 중이다. 지난해부터 미네르바대와 함께 ‘숙명-미네르바’ 프로그램을 시작해 함께 수업을 듣고 문화체험도 했다.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는 엄청난 장점이다.”

Q : 학생 사회진출은 어떻게 지원하나.
A : “대표적 취업 지원 프로그램은 현업에 있는 동문 300여 명이 멘토로 참여하는 ‘SM-Bridge’다. 취업을 원하는 분야 선배와 온·오프라인 상담을 할 수 있어서 반응이 좋다. 지난 1학기부터는 여성 창업가를 육성하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와 함께한 ‘스타트업 스쿨’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구글이 대학과 손잡고 스타트업 스쿨을 운영하는 첫 사례다. 서울시와 함께 하는 창업 프로그램인 캠퍼스타운 사업도 계속 진행 중이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현실로 옮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목표다.”

Q : 대학의 사회적 역할이 점점 강조된다.
A : “올여름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더웠다. 전 세계적 기후변화는 대학에도 큰 책임이 있다. 교육하고 연구하면서 바꿔나가야 한다. ESG 실천 방안의 하나로 기존에 있던 온실에 ‘스마트팜’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다. 인근 초중고 학생들이 스마트팜을 보고 배울 기회도 만들어주려고 한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키우고, 일회용품 없는 축제를 만드는 등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Q :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으로서 대학의 위기에 대한 생각은.
A : “온 국민이 입시에는 관심을 갖지만, 입학 이후의 대학엔 관심이 떨어진다. 교육을 혁신하고, 연구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대학이 드물다. 규제가 아니라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등록금이 15년간 동결돼 혁신 의지를 꺾고 있다. 획일적 정책에서 벗어나 대학마다 안정적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자율성을 줘야 한다.”

Q : 숙대만의 특징, 장점은 뭔가.
A : “동문을 보면 안다. 결속력이 강하고 학교를 사랑한다. 한 예로, 형편이 어려워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주고 싶어서 동문들과 함께 ‘만 입이 부르는 교가’ 캠페인을 벌였다. ‘랜선 합창’으로 교가를 부르고 기부금을 내는 캠페인에 1000여 명의 동문이 참여해 5억원을 모금할 수 있었다.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동문의 힘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장윤금 총장=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문헌정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여자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서울총장포럼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등을 역임하고 올해 3월부터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숙명여대 첫 직선제 총장으로 2020년 취임했다. 지난해에 제20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교육혁신 부문)을 수상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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